[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저는 그저 감사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요."
신유빈은 생애 두 번째 파리올림픽에서 '탁구여제' 현정화(1992년 바르셀로나 단·복식 동) 이후 32년 만에 올림픽 멀티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쿄올림픽의 '삐약이'가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탁구의 '파랑새'로 거듭났다. 임종훈과 함께 혼합복식 동메달을 목에 걸며 12년 만의 한국 탁구 메달을 찾아왔고, 여자단식에선 2008년 김경아 이후 16년 만에 4강에 올랐다. 아깝게 동메달을 놓치고 곧바로 나선 단체전에서 신유빈은 '복식 파트너'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세계 15위), '소속팀 언니' 이은혜(29·대한항공·세계 44위)와 의기투합했다.
지난 10일 독일과의 3-4위전은 신유빈의 이번 올림픽 세 번째 동메달결정전이었다. 똘똘 뭉친 원팀으로 3대0, 완승과 함께 다시 한 번 포디움에 올랐다. '세계 2위 최강 복식조' 신유빈-전지희는 단체전 필승공식. 신유빈의 패기에 전지희의 경험, 이은혜의 투혼이 하나가 됐다.
메달보다 빛난 건 신유빈의 태도다. 탁구 경기가 시작된 7월 27일부터 마지막 날인 8월 10일까지 전경기에 나섰다. 어깨가 뭉쳐올 만큼 빡빡한 일정, 그녀는 매경기 미소를 잃지 않았다. 살인적인 일정 속에 회복을 위해 바나나와 에너지젤을 쪽쪽 짜먹는 깜찍한 모습은 '짤'로 생성돼 각 커뮤니티를 강타했다. 여자단식 동메달결정전 일본 하야타 히나와 혈투 끝에 2대4로 패배한 후 먼저 다가가 환한 미소로 축하를 건네는 품격 있는 패자의 모습 역시 화제가 됐다. 그녀에겐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햇살 같은 기운이 있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의 녹음용 휴대폰을 받아들어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빼놓지 않는 '감사요정'을 보름간 만나는 일은 '힐링'이었다. 이날 동메달 직후 일성도 감사였다. "언니들이 너무 잘 해주셔서 저도 메달을 걸게 돼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혼합복식, 단식에 이어 마지막 경기가 단체전이었는데 사실 좀 지쳤지만 단체전이니까 더 정신으로 버티려고 했었던 것 같고 저 혼자만 하는 게 아니라 언니들이 옆에 있으니까 지칠 수가 없었어요. 눈앞에 메달이 보이니까 좀더 이겨내려고 했던 것 같아요"라고 털어놨다. "이런 큰 대회에서 제가 경기를 하고 동메달결정전을 세 번이나 했는데 그보다 큰 경험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요. 국가대표로 나와서 이런 경기를 뛰는 게 영광스럽고 그저 감사해요. 그냥 경험 자체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며 생긋 웃었다.
오광헌 여자대표팀 감독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제가 지금까지 만나뵌 감독님 중에 제일 좋으세요"라고 했다. "말로 이 정도 표현력밖에 안 되는 게 진짜 너무 죄송한데 선수 개인 한 명 한 명 다 신경을 써주셨어요. 부드러운 카리스마…, 선수들을 하고 싶은 대로 다할 수 있게 해 주시고 또 잘 이끌고 가시는…. 제가 말을 지금 너무 못하는데 기사는 진짜 예쁘게 써주세요. 진짜로요"라며 진심을 전했다. 그녀의 인터뷰는 오직 감사뿐이었다. "2008년 동메달을 따신 김경아, 당예서 코치님이 저희 대한항공 선생님이시고 그 다음이 저인데, 이건 정말 드라마 같아요. 그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어요. 그냥 너무 감사해요. 전 그냥 감사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어요"라고 감사, 또 감사를 외쳤다. 메달은 홀로 오지 않는다. 가장 빛나는 순간, 감사를 잊지 않는 '스무살' 신유빈의 마음이 금메달이었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