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앞으로 (올림픽에서) 나처럼 비난받는 사람이 없기를…"
2024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급 결승전이 열린 10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 관중석에서는 "칼리프! 칼리프!"의 연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파리 올림픽 최대의 화제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알제리 여자복서 이마네 칼리프(25)를 응원하는 함성이었다. '여성이다, 아니다'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현장의 팬들은 칼리프를 응원했다. 결국 칼리프가 편법을 쓴 게 아니라 오히려 편견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듯 했다.
칼리프는 이날 결승전에서 중국의 양류를 상대로 5대0으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건 칼리프는 "나는 올림픽에 참가할 자격이 충분하다. 다른 여성들처럼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살아왔다. 나는 그간 여러 번 내 성별에 관해 이야기해왔다"면서 "다른 이들의 비난을 오히려 원동력으로 삼았다. 그들 덕분에 금메달 획득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칼리프는 지난해 초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가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처분을 당했다. IBA가 임의로 실시한 성별 검사에서 'XY염색체'를 지녔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는 '남성'의 성염색체를 뜻한다. IBA는 이를 근거로 칼리프가 여자 복싱 경기에 출전하면 안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판단은 달랐다. IOC 측은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을 판별한다'며 칼리프의 출전을 허용했다. IBA가 칼리프에게 실시한 검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더불어 칼리프가 원래부터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자라며 여자복싱 경기에 계속 출전해온 점을 중요하게 여겼다.
실제로 칼리프처럼 XY염색체를 갖고 있지만 여성의 외형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키워진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배경을 지닌 운동선수를 'DSD(Differences of Sexual Development·성적 발달의 차이) 선수'라고 부르기도 한다. IOC가 칼리프의 출전을 허용한 것도 이런 점을 인정한 것이다.
결국 칼리프는 논란 속에 금메달을 목에 걸였다. 그는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든 사람이 올림픽 정신을 준수하고, 타인을 비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올림픽에서 나처럼 비난받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간 칼리프에게 향했던 '남자가 여자 복싱 경기에 나섰다'는 비난은 정확한 팩트 관계를 따지지 않은 채 단순히 'XY염색체'에만 기반한 주장이었다. IBA 측이 내세운 논리다. 칼리프는 "SNS상에서 내게 쏟아진 비난은 매우 부당하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해쳤다. 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칼리프는 현장에서 많은 응원과 박수 세례를 받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