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리드여제' 서채현(21)이 해냈다. 올림픽 무대에서 2연속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서채현은 8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르 부르제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콤바인(볼더링+리드) 여자 리드 준결선에서 72.1점을 획득했다. 리드 부문에선 브룩 라부트(미국)와 함께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스포츠클라이밍 콤바인은 볼더링과 리드 경기 점수를 합산해 200점 만점으로 순위를 가린다. 이중 상위 8명을 결선에 진출, 메달색을 놓고 겨룬다. 서채현은 앞서 열렸던 볼더링에서 44.2점으로 13위였다. 그는 볼더와 리드 점수를 합산, 총 116.3점을 획득했다. 서채현은 최종 8위를 기록하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야냐 가른브렛(슬로베니아)이 무려 195.7점, 전체 1위로 결승에 진출했다.
반전을 꾀했다. 서채현은 지난 6일 열린 볼더링에서 20명 중 13위에 자리했다. 경기 뒤 서채현은 "조금 아쉬운 면도 있지만, 그래도 안 맞는 면의 문제를 잘 극복한 것 같다. 리드에서 뒤집어서 충분히 (결선)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다짐했다. 리드는 15m 높이의 암벽에 설치된 홀드를 잡고 6분 안에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올라가야 하는 종목이다.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서채현의 주종목은 볼더링이 아닌 리드다. 그는 스포츠클라이밍 선수인 부모 덕에 종목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서종국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팀 감독이 그의 아버지다. 서채현은 2019년 성인 무대 데뷔와 동시에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데뷔 세 달 만에 월드컵 무대를 정복했다. 그는 2019년 여자 리드 부문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랭킹 1위를 차지했다. 현재 그의 IFSC 세계랭킹이 객관적으로 얘기해준다. 서채현은 리드 3위, 볼더링 18위, 콤바인 4위에 랭크돼 있다.
서채현은 13번째로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감이 넘쳤다. 환한 표정으로 경기에 임했다. 속도는 빠르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불과 2분여 만에 30점 고지를 밟았다. 서채현은 '마'의 지역으로 이어지던 50점 구간도 안정적으로 돌파했다. 내친김에 완등을 노렸지만, 72.1점에서 도전을 마감했다. 13명 중에선 1위를 기록, 단박에 최종 3위로 뛰어 올랐다. 이제 남은 선수는 8명, 서채현은 초조한 마음으로 다른 선수들의 성적을 지켜봤다. 15번 주자 일본의 노나카 미호, 16번 주자 미국의 그로스만 나탈리아가 연달아 일찌감치 떨어졌다. 서채현이 남은 4명 결과와 상관 없이 최소 8위를 확정,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서채현은 2연속 올림픽 결선 무대를 밟게 됐다. 이번에는 '해피엔딩'을 꿈꾼다. 그는 3년 전 도쿄 대회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당시 여자 최연소 출전자로 출격했다. 결선에서 최종 8위, 최하위를 기록했다. 예선을 2위로 통과했기에 더욱 아쉬운 결과였다. 서채현은 두 번째 올림픽에서 환희의 순간을 꿈꾼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