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잠자던 거인의 뒤척임일까, 아니면 진짜 기상일까.
롯데 자이언츠가 꼴찌 추락의 벼랑끝에서 눈을 떴다. 롯데는 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주중시리즈 2차전에서 14대7로 대승, 최근 4연승을 질주했다.
양팀 합쳐 홈런 4개 포함 장단 28안타를 주고받은 난타전. 롯데 타선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시즌 45승째(54패3무)를 기록, 8위 한화 이글스에 승차없이 뒤진 9위가 됐다. 53패째(49승2무)를 기록한 7위 NC와는 2경기반 차이로 좁혔다.
지난 주말만 해도 한화에도 점점 뒤처지고, 꼴찌 키움 히어로즈에 0.5경기 차이로 쫓기던 롯데다.
하지만 악천후와 폭염 속 어느덧 SSG 랜더스, LG 트윈스, NC 다이노스 등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 4연승을 달리며 중위권 도약을 정조준하게 됐다. 한증막 같은 날씨에도 평일에 1만8425명의 팬들이 현장을 찾은 보람이 있다. 1위 KIA 타이거즈와 중위권, 8~10위까지 3그룹으로 고착화됐던 순위싸움을 뒤흔들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이날 NC는 박민우(지명타자) 서호철(2루) 데이비슨(1루) 권희동(좌익수) 김휘집(3루) 김성욱(중견수) 천재환(우익수) 김형준(포수) 김주원(유격수) 라인업으로 경기에 임했다. 선발은 베테랑 이재학.
황성빈(중견수) 고승민(2루) 전준우(지명타자) 레이예스(좌익수) 손호영(3루) 나승엽(1루) 윤동희(우익수) 박승욱(유격수) 손성빈(포수)으로 맞섰다. 선발은 김진욱.
이날의 최대 변수는 양팀의 홈런 공방전과 예상치 못한 폭우였다.
롯데는 1회 NC 데이비슨에게 선제 투런포를 허용했다. 하지만 1회말 고승민의 동점 투런포, 윤동희의 역전 3점포로 단숨에 5-2 역전에 성공했다.
여기서 예보에도 없던 폭우가 사직구장을 급습했다. 팬들이 관중석 위편으로 피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빗방울이 굵어졌다. 20여분의 장대비, 그리고 빗줄기가 조금 약해진 부슬비로 바뀌었다. 7시 9분부터 8시 4분까지, 약 55분에 걸쳐 경기가 중단됐다.
흐름이 끊긴 양팀 선발투수들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롯데 김진욱은 3회초 1사 만루를 좌초한 뒤 김휘집의 1타점 적시타를 맞고 내려갔고, 김성욱의 희생플라이가 이어지며 2⅓이닝 4피안타 3볼넷 4실점의 부진한 기록을 남겼다.
2회까지 6점을 내줬던 NC 선발 이재학은 3회말 나승엽에게 1타점 2루타, 윤동희에게 볼넷을 내준 뒤 교체됐다. 2이닝 8피안타 2볼넷에 2루수 박민우의 실책이 더해져 9실점 굴욕으로 남았다.
롯데는 이어진 1사 2,3루에서 손성빈의 희생플라이, 그리고 2사 1,3루에서 고승민의 내야안타 때 박민우의 3루 송구 실책으로 10-4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굳혔다. 5회말 손성빈의 비거리 135m 3점포 포함 4점을 추가하며 14-5까지 차이를 벌렸다.
6회초 NC 공격, 1사 1,3루에서 NC 데이비슨의 희생플라이 때 롯데 황성빈의 다이빙 캐치는 그다운 열정이 돋보였다. 롯데는 여기에 김진욱 이후 박진, 한현희, 진해수, 구승민으로 이어지는 계투로 NC에게 추가 점수를 허용치 않았다.
NC는 이재학 뒤로 이준호 임상현 김민규 전루건 손주환을 투입하며 주축 투수들에게 휴식을 줬다. 특히 김민규는 올해 입단한 신인 육성선수로, 1군 첫 등판의 감격을 누렸다.
경기 막판인 8회말에는 손주환의 직구가 롯데 신윤후에게 '헤드샷'이 되는 불운도 있었다. 신윤후는 이날 김민석을 대신해 1군에 등록된 첫날 뜻하지 않은 헤드샷으로 교체됐다. 롯데는 '투수' 김강현이 1루 대주자로 나섰고, NC는 마무리 이용찬을 투입, 더이상의 실점 없이 수비 이닝을 끝냈다.
롯데는 8회초 송재영, 9회초 현도훈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이로써 롯데는 최근 4연승을 질주하며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의 불을 밝혔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