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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마지막까지 '유쾌한 예지씨' 김예지 "여러분, 사랑합니다. 일론 머스크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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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여러분, 사랑합니다. 일론 머스크 땡큐!"

월드스타로 거듭난 김예지(31·임실군청)가 환하게 웃었다. 그야말로 마지막까지 '유쾌한 예지씨'였다.

장갑석 총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사격대표팀이 가슴에 빛나는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 한국은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명중했다. 김예지는 지난달 28일(한국시각) 프랑스 샤토루의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오예진(19·IBK기업은행)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김예지는 유치원에 다니는 5세 딸을 남겨두고 프랑스로 날아왔다. 그는 선수촌 입촌 기간까지 치면, 벌써 몇 달째 영상 통화로만 딸의 얼굴을 보고 있다.

한국땅을 밟은 김예지는 고마운 분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아기 목에도 (메달) 걸어주고, '많이 무겁지?'하고 싶다. 감사한 분밖에 없다. 계속 얘기하다보면 (집에) 가지 못할 것 같다"며 웃었다.

김예지는 이번 대회를 통해 스타반열에 올랐다. '역주행 영상' 덕분이었다. 김예지는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25m 권총 경기에서 42점을 쏴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모자를 뒤로 쓴 채 마지막 발을 쐈고, 차가운 표정으로 표적지를 확인한 뒤 권총 잠금장치를 확인했다. 세계 신기록을 세운 순간에도 미소는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이러한 '여전사' 같은 모습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떠들썩해졌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액션 영화에도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온다면 멋질 것 같다.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는 필요하지 않다'고 극찬했다.

김예지는 "일론 머스크님께서 사격을 많이 알려주신 것 같아 감사드린다. 부족한 결과지만 나에게 이렇게 감사하다고도 해주고, 많이 축하해주셔서 내가 오히려 더 감사드린다. 사랑한다, 진짜. 사격 파이팅"이라며 "내가 생각지도 못하게 각광을 받게됐다. 나보다는 일론 머스크 덕분이 아닐까 싶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예지는 주 종목인 25m 권총에서 '통한의 0점'으로 본선 탈락이란 성적표를 받았다. 실제로 0점을 쏜 것은 아니고, 3초 내로 사격을 마치지 못해 0점으로 처리됐다. 하지만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이 기대하고 응원해주셨을 텐데 '빅이벤트'(0점)를 선사하는 바람에 여러분의 실망이 커졌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2026년) LA올림픽을 다시 준비할 생각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그때는 실망하게 해 드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예지는 "오늘 조금 우울하고 힘든 일이 있었다고 해도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뜬다. 오늘 있던 일 중 하나 정도는 행복한 일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냥 지금 하는 일이 너무 그렇게 크게 차지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냥 하루에 있던 좋은 기억 하나로 잠드시면 어떨까 싶다"며 "책을 잘 읽지 못한다. 읽으면 졸립다(웃음). 따로 명언을 읽은 것은 아니고 말을 하다보니 감동을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김예지의 사격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그는 체력 보강을 위해 전주부터 임실에 있는 사격장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김예지는 "자전거 타고 다닌 이유는 체력을 키워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출퇴근하면서 기록도 올랐다. 체력도 좋아진 것 같아서 계속 그렇게 다녔다. 사격장까지는 편도로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걸린다. 타다보니까 시간이 좀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알아본 분들이 많이 계셨다. 연락도 많이 왔는데 너무 많아서 다 읽지 못했다. 돌아가서 훈련에 집중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한다. 시즌 뒤에 천천히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사격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정말 매력적인 종목이다. 지금까지는 잘 몰라주셨던 것 같다. 이 기회에 많이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인천공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