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3루쪽으로 무조건 하나는 올 것 같았다. 잡아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말그대로 '슈퍼캐치'였다. 거듭된 실패에 괴로워하던 마무리의 어깨를 살려준 한방.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사령탑을 크게 웃게 한 결정적 장면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최항(30)이 그 주인공이다. 최항은 6일 부산 NC 다이노스전 9회초 1사 만루에서 권희동의 좌선상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며 팀을 살렸다.
이날 롯데 '장발 마무리' 김원중은 6-5 1점차에서 등판, 연속 안타와 폭투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최근 5경기 연속 마무리 실패로 존재감을 구겼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듯 했다.
하지만 최항이 기적 같은 점프캐치로 천금같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건져올렸고, 김휘집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지난 6월 28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무려 38일만에 세이브를 추가하는 감격을 누렸다.
최항은 지난해 말 2차 드래프트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012년 8라운드로 프로에 입문한 이래 12년만에 전 소속팀 SSG 랜더스와도, '리빙 레전드' 형 최정과도 첫 이별이었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준 팀에서 알토란 같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타율 2할4푼4리 1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585라는 기록 자체는 아주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영입 당시 김태형 롯데 감독이 공언한대로 선수 풀을 다양화화는 한편 공수에서 필요할 때 한방씩 해주는 존재감이 돋보인다.
경기 후 만난 최항은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8회말 대타로 투입됐지만, 타석에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대신 9회초 수비에서 '한건'을 해냈다.
"NC 선수들이 3루 쪽으로 많이 친다. 무조건 하나는 올 거라고 보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최항의 표정에선 프로 13년차의 관록이 엿보였다.
회전이 걸리면서 3루 라인선상으로 꺾이는 타구였다. 최항은 "여러가지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준비했다. 그래도 생각한대로 절대 안온다. 항상 대비해야된다"며 웃었다.
최항 입장에선 딱 하는 순간 타구가 총알 같이 지나가는 상황. 하지만 순간 날아오는 타구가 '슬로 모션'처럼 보였다고.
"이미 점프했는데 타구에 회전이 걸리더라. '어떻게든 잡자'에 집중했다. 잡고나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살짝 떨어뜨렸어도 홈에서 충분히 잡았을 것 같기도 하고…그 와중에도 여러 생각을 하고 있었다."
최항은 전날인 5일 예쁜 딸을 얻었다. 모처럼 천금 같은 세이브를 올린 김원중은 "(최)항이가 딸도 태어나고 좋은 기운을 갖고 있으니까, 무조건 잡아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롯데는 7월31일 구승민에 이어 최항까지 잇따라 득녀하며 팀에 좋은 흐름을 불어넣고 있다.
최항 역시 모처럼 받은 스포트라이트가 딸의 선물처럼 느껴지긴 마찬가지다. 사진 포즈를 요청하자 새삼 선량한 미소가 얼굴에 가득 차올랐다. '딸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른 길로 가자. 아빠 손잡고 같이 걸어가자."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