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선수들 토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어찌나 화가 나던지…."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폭염 속 경기 강행에 다시 한 번 분노를 표출했다.
염 감독은 4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롯데 선수들도 문제가 생겼나. 우리 선수들도 안좋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양팀은 2일부터 4일까지 울산에서 3연전을 치르기로 했다. 그런데 울산에 전에 없던 엄청난 폭염이 찾아왔다. 인조잔디 구장인 문수구장은 가만히 서있기도 힘들 정도로 뜨거웠다.
2일 첫 경기는 폭염 취소됐다. KBO리그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문제는 3일 비슷한 날씨인데 경기가 강행됐다는 것이다. 롯데 김태형 감독과 염 감독은 "납득이 안된다"며 강하게 취소를 요청했지만, KBO는 하루 전보다 바람이 조금 불고 날씨가 더 괜찮아졌다며 경기를 진행시켰다. 염 감독은 이런 KBO의 결정에 "선수들이 슬라이딩 하면 화상 입는다. 100%로 플레이를 할 수 없는데 왜 무리하게 경기를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격노했다.
해가 지고 경기를 할 때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인조잔디 지열이 식지 않은 상태에서 뛴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후유증이 생겼다. 김 감독은 "전준우, 윤동희, 고승민, 정보근이 밥도 먹지 못하고 누워있었다"며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이에 염 감독도 "우리는 박동원과 문보경이 구토를 하는 등 탈진 증세가 심했다. 신민재도 안좋았다, 오늘 아침 회복했다고 하더라"며 "옛날 야구를 할 때야 더운 날씨 인조잔디 구장에서 뛰는 게 익숙해서 괜찮았다. 몸이 적응을 해서다. 하지만 요즘 선수들은 그게 아니다. 버틸 수 있는 온도가 아니었다. 옛날 학교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때 쓰러지는 인원들이 나오는 것과 똑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 감독은 이어 "이제 한여름에는 인조잔디 구장인 울산, 포항 경기는 당연히 잡을 수가 없다. 이것도 경험이겠거니 한다. 이런 날씨에 인조잔디에서 안 뛰어본 사람들은 모른다. 나는 현역 때 많이 뛰어봤다. 시합을 하면 땀을 너무 흘리니, 중간부터 다리가 안 떨어진다. 땀구멍이 완전히 열려, 쉴 새 없이 땀이 흐른다. 그러면 근육이 건조해지고, 햄스트링 부상 등이 많이 나온다. 선수들이 죽을만큼 힘들어하더라.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땀을 계속 흘리면 어지럼증이 생기고, 구토 증상이 무조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일정을 잡은 건 잡은 거고, 경기를 할 수 없다면 그냥 취소를 하면 되는 일이었다. 왜 경기를 해서 계속 말이 나오고, 문제가 생기게 하는지 모르겠다. 3일 경기 후 숙소에 돌아갔는데, 선수들이 구토를 한다는 보고를 받고 너무 화가 났다. 선수들은 오늘 아침 수액까지 맞았다"고 했다.
결국 양팀 탈진 선수들이 속출하며 4일 경기는 일찌감치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날도 울산은 너무 더웠다.
울산=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