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황선우 라이벌' 판잔러(19·중국)가 세계신기록으로 올림픽 챔피언에 올랐다.
판잔러는 1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46초40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지난 2월, 자신이 2024년 도하 세계선수권 남자 계영 400m 결선에 중국의 첫 번째 영자로 출전해서 세운 종전 기록(46초80)을 0.40초나 줄였다. 이번 대회 경영에서는 유독 선수들의 기록이 저조해 외신에서 '라데팡스 수영장의 얕은 수심'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판잔러는 엄청난 파괴력으로 이번 대회 수영 경영 첫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또한, 판잔러는 아시아 선수로는 지난 1932년 미야자키 야쓰지(일본) 이후 92년 만에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남자 자유형 100m는 그동안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로 불렸다. 하지만 판잔러는 경기 초반부터 레이스를 주도했다. 47초48에 터치패드를 찍은 2위 카일 차머스(호주)를 무려 1초08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2004년생 판잔러는 대한민국의 '수영 괴물' 황선우(강원도청)와 건강한 긴장감을 주고받는 '라이벌' 관계다.
지난해 5월, 판잔러는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아쿠아틱 아레나에서 치른 2023년 중국선수권 자유형 100m에서 47초22의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했다. 자유형 100m 종전 아시아 기록은 황선우가 도쿄올림픽에서 작성한 47초56이었다.
뒤이어 열린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도 실력을 겨뤘다. 자유형 200m에서 황선우는 3위에 올랐지만, 판잔러는 결선 진출에 실패(준결승 공동 10위)했다. 다만, 자유형 100m에서는 판잔러가 4위를 했다. 황선우는 준결선에서 9위로 아쉽게 결승 무대에 서지 못했다.
두 선수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정면충돌'했다. 둘은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선 여러차례 격돌했다. 자유형 200m에선 황선우가 1위, 판잔러가 2위로 포디움에 섰다. 반대로 자유형 100m에선 판잔러가 1위, 황선우가 2위였다. 당시 황선우는 "대단한 판잔러와 함께 멋진 레이스를 펼쳐 기쁘다"고 했다. 판잔러는 자유형 200m 시상대에서 황선우의 팔을 덥석 들어올리며 챔피언을 예우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선 두 사람의 운명이 다소 엇갈렸다. 황선우는 주종목인 자유형 200m에서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준결선에서 9위(1분45초92)에 그쳐 8명이 받는 결선 진출권을 놓쳤다. 계영 800m에서도 자신의 속력을 되찾지 못했다. 그의 구간 기록은 1분45초99였다. 황선우는 지난 2월 도하세계선수권에선 1분43초76의 놀라운 구간 기록으로 질주했다. 당시 한국은 7분01초94로 2위에 올랐다. 세계선수권 단체전 사상 첫 메달을 거머쥐었다.
황선우 스스로도 당황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는 "올림픽에서는 당연히 긴장을 한다. 하지만 나는 긴장을 한다고 해서 몸에 부하가 오는 유형이 아니다. 훈련도 잘했고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나도 이해할 수 없다. (2021년) 도쿄올림픽 이후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서 늘 메달을 땄다. 지금 상황이 더 혼란스럽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내 수영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내 기량을 발휘하려면 더 많은 훈련, 정신적인 성숙이 필요한 것 같다. 아직 혼계영 출전이 남았는데, 대회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지금보다 더 수영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