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종훈이 오빠가 뭐든 다 해준다는데요? 전 바라는거 없는데."
'국민 삐약이' 신유빈(20·대한항공)에게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합법적 병역 브로커'다. 신유빈은 30일(한국시각) 새로운 역사를 썼다. 임종훈(27·한국거래소)과 짝을 이뤄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유빈의 맹활약 속 한국 탁구는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단체전 은메달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찾아왔다.
임종훈에게는 더더욱 특별한 메달이었다. 그는 입대를 불과 20일 앞두고 병역 혜택을 받는 '드라마'를 썼다. 임종훈은 경기 후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펼쳤다. 네티즌들은 '제대'를 뜻하는 것이라 해석했다. 임종훈은 "병역 면제가 신경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이런 내가 이상한가 싶었지만, 대표팀 동료인 (장)우진이 형이 '신경 안 쓰이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해줘서 인정하기로 했다"며 "유빈이에게 고맙다"고 했다.
임종훈은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했을까. 31일 신유빈이 뒷이야기를 전해줬다. 신유빈은 "종훈 오빠가 뭐든 다 해준다고 말하더라"며 "난 바라는게 없다"고 웃었다.
남북 선수가 함께 셀카를 찍은 역사적 장면에 대해서도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시상식 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TOP 스폰서' 삼성이 함께 이번 대회를 위해 기획한 '빅토리 셀피' 타임이 이어졌다. 임종훈이 삼성 Z플립 6를 들고 긴 팔로 셀카를 찍었다. 남북 탁구 에이스들이 생애 최고의 순간을 행복한 셀카로 함께 남겼다. 다소 경직된 포즈였지만 김금용과 리정식도 기꺼이 셀카에 함께 했다. 신유빈은 "관계자가 종훈이 오빠가 핸드폰을 들라고 미리 정해줬다"고 설명했다.
감격적인 올림픽 첫 메달이었지만, 신유빈은 "그냥 가방에 넣어뒀다"고 했다. 실제 가방에서 메달을 꺼내 취재진에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조직위원회에서 메달 케이스를 주기 전까지는 그냥 가방에 넣고 다닐 예정이다. 신유빈은 "사실 경기가 아직 남아 있으니까 특별한 감정이 들지는 않더라. 동메달을 딴 후 그냥 하던대로 준비했다. 시합이 다 끝나야 이 메달을 계속 만진다던지, 계속 보고 싶어진다던지 할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이자 탁구인인 신수현씨와의 통화에서도 "'아빠도 고생했어, 나 메달 따게 해줘서 고마워' 정도만 했다. 울지 않았고, 아빠도 '내일도 파이팅해'라고 덤덤히 말하셨다. 별거 없었다"고 했다.
신유빈의 인기가 올라가며, 그의 '먹방'도 화제다. 신유빈이 경기 중 바나나를 먹는 장면, 수영 경기를 보러가서는 주먹밥, 복숭아를 먹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며, 팬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신유빈은 "엄마가 파리에 오셨다. 매 경기마다 내가 좋아하는 주먹밥이나 유부초밥을 만들어주신다. 그냥 먹었는데 그게 찍혔더라. 몰랐다. 이를 본 사람들이 다 '너 잘먹는다'고 하시더라"고 웃었다.
'절친'인 양궁 김제덕과는 '톡'도 주고 받았다. 신유빈은 "갑자기 '메달 딴 소감이 어떠십니까'하면서 마이크 이모티콘을 보냈더라. 그래서 '그냥 좋다, 좀 피곤하다, 제덕이도 파이팅' 이렇게 답장했다"고 했다.
한편, 신유빈은 1일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16강전에서 미국의 릴리 장(29위)에게 4대0(11-2 11-8 11-4 15-13) 완승을 거뒀다. 첫 올림픽 단식 8강 진출에 성공한 신유빈은 이제 메달을 정조준한다. 일본의 히라노 미우(13위)와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앞으로 2승만 더 올리면 신유빈은 처음으로 올림픽 단식에서 입상하는 영예를 안는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메달을 수확한 건 20년 전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낸 김경아가 마지막이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