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마침내 올림픽 탁구에서 메달이 나왔다.
'세계랭킹 3위' 임종훈-신유빈조가 30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홍콩 에이스조' 웡춘팅-두호이켐 조(세계 4위)를 게임스코어 4대0으로 완파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탁구 올림픽 메달은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단체전 은메달 이후 12년 만이다. 신유빈은 2008년 베이징 대회 여자 단체전 3위 이후 16년 만에 한국 여자 탁구 선수로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1997년생 임종훈과 2004년생 신유빈은 '소문난 탁구 남매'다. 2022년, 파리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처음 손발을 맞춘 이후 2년 가까이 쉼없이 달려왔다.
이번에도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했다. 한 명이 실수하면, 다른 한 명이 보듬었다. 득점을 했을 땐 함께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동메달이 확정된 순간 임종훈과 따뜻한 포옹을 나눴다. '여동생' 신유빈이 의젓하게 '오빠' 임종훈을 다독였다. '병역 특례'의 도우미가 된 신유빈도 화제다.
임종훈은 8월 19일자 소집영장을 받고 입대를 불과 20일 앞둔 시점이었다. 파리에서 병역 혜택을 받는 '드라마'도 썼다. 병역을 미필한 남자 선수의 경우 올림픽에서 색깔에 관계없이 메달을 목에 걸면 병역 특례를 받는다.
임종훈은 관중석에서 뜨겁게 응원하는 한국 선수단,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등을 향해 거수 경례를 해 눈길을 끌었다. 신유빈은 특유의 깜찍한 하트 세리머니를 펼쳐보였다.
네티즌들은 이 거수경례를 '제대'를 뜻하는 세리머니로 해석했다. '군대 안녕, 잘가라'는 뜻이라고 봤다. 임종훈은 솔직했다.
그는 "혼복을 처음 시작할 때 병역 특례 생각이 나긴 했다. 도쿄올림픽 때 경험한 (장)우진형한테 물었더니 생각 안나면 이상한 거라고 했다. 그 부분은 인정하고 유빈이와 함께하는 한경기 한경기 집중하기로 했다. 우리의 키워드를 도전으로 정했다. 그런 생각이 마인드컨트롤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건 유빈이와 함께 복식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빈이에게 너무나 고마운 마음 뿐"이라며 미소지었다.
임종훈과 신유빈은 최강 중국조를 마지막까지 피할 수 있는 유리한 대진을 확보하려면 2번 시드가 필요했다. 오만, 페루, 브라질, 인도,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중국,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나이지리아, 태국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한 바퀴를 돌았다. 전세계 WTT 대회에서 쉼없이 랭킹포인트를 적립했다.
강행군에 부상은 필연이었다. 5월 이후 허리 통증이 심해지면서 임종훈은 복대를 차고 경기에 나섰다. 올림픽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찍은 MRI에 뼈가 자라 근육과 신경을 짓누르는 징후가 발견됐지만 멈춰설 순 없었다.
임종훈은 "뼈가 자랐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올림픽을 포기할 순 없었다. 단식이었다면 몸을 사렸을 수도 있다. 혼합복식은 유빈이와 함께 내가 해야할 몫이 있었다. 허리가 부러져 못하지 않는 한 다 커버하려고 했다"고 했다.
신유빈은 "부상도 있었고, 계속 지기만 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끝까지 잘 견뎌낸 내게 '잘 견뎠다'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해피엔딩이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