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IOC위원)은 대한민국 마지막 탁구 금메달리스트이자, 마지막 메달리스트였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주세혁 현 남자대표팀 감독, 오상은 미래에셋증권 감독과 남자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건 이후 남녀탁구팀은 2016년 리우, 2021년 도쿄에서 메달을 보지 못했다.
12년의 세월, 대한민국 마지막 탁구 금메달리스트는 IOC위원이 됐고, '탁구인들의 수장' 대한탁구협회장이 됐다. 탁구협회장이 된 유 회장은 올림픽 메달 탈환을 지상과제 삼았다. 현역 시절 호쾌한 포어드라이브만큼이나 거침없는 도전, 못말리는 승부사 기질, 긍정적인 마인드로 국가대표 후배들을 시종일관 독려했다. 대한항공, 세아, 두나무 등 '스포츠 사랑' 기업들의 진정성 있는 후원을 통해 선수단 지원에 만전을 기했다. '런던 은메달' 선배로 가장 믿고 의지하는 '깎신' 주세혁 감독도, 일본 여자대표팀의 성장은 이끈 오광헌 감독도 '올림픽 메달 탈환' 작전에 의기투합, 남녀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고 유 회장 아래 탁구 후배들도 강해졌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신유빈-전지희조가 여자복식 금메달을 따냈고, 올해 초 부산세계선수권 남자단체전에서 한국은 동메달뿐 아니라 최강 중국을 위협한 매운 경기력으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이어진 파리올림픽, 2년간 치열하게 준비한 신유빈-임종훈 복식조가 그토록 간절했던 12년 만의 메달을 기어이 찾아왔다.
'세계랭킹 3위' 임종훈-신유빈조가 30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홍콩 에이스조' 웡춘팅-두호이켐 조(세계 4위)를 게임스코어 4대0으로 돌려세우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 회장이 아테네에서 금메달을 딴 2004년에 태어난 '탁구신동' 신유빈이 12년 만의 메달을 가져왔다.
메달을 확정지은 직후 경기장 뒤에서 신유빈, 임종훈을 마주한 유 회장은 선수들을 뜨겁게 끌어안으며 그간의 노고를 인정하고 격려하고 메달을 축하했다. 신유빈은 시상식 후 에펠탑 한조각이 들어있는 메달을 유 회장의 목에 걸어주며 감사를 표했다. 대회 초반 셔틀버스, 휴식공간, 먹거리 등 열악한 환경으로 어려움을 겪는 선수단을 위해 유 회장은 자체 이동차량을 확보하고 자체 쉼터를 마련하는 등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했다.
12년 만에 동메달 후 유 회장은 "너무 잘했다. 잘해줄 거라 믿고 기대했는데 오늘도 잘해줘서 너무 뿌듯하고 고맙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러나 남녀단식, 남녀단체전 등 주요 경기가 한참 남은 상황에서 수장으로서 냉정을 잃지 않았다. "들뜨지 말고 남녀단식, 단체전을 잘 준비해야 한다. 일단 혼복 메달로 대표팀의 기세가 올라갔다. 정말 값진 동메달"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준결승에서도 정말 좋은 경기를 했다. 중국과 딱 한 포인트 때문에 결과가 갈렸다. 동메달 결정전은 완벽한 경기력으로 승리했다. 유빈이와 종훈이 제가 본 탁구 중에 가장 좋은 탁구를 했다"고 극찬했다. "남자탁구가 단체전 8강에서 중국을 만나지만 부산세계선수권 4강전 리벤지 매치를 예상한다. 이 좋은 기세를 몰아 남녀단식, 남녀 단체전 모두 끝까지 파이팅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선수 마음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는 '금메달 회장님'의 폭풍 지원에 선수들이 12년만의 메달로 응답했다. 유 회장은 "우리는 지원하러 온 사람이다. 내가 하는 건 당연하다. 나뿐 아니라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님 등 파리 현장까지 와서 우리 선수들을 물심양면 지원해준 후원사들이 없었다면 결코 할 수 없었던 일"이라며 공을 돌렸다. "탁구는 한 포인트 승부다. 나도 임원들도 하나라도 부족한 걸 메우려 온 사람들이다. 우리가 하는 건 당연하다. 이 메달은 탁구를 사랑하고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이다. 그런 분들의 응원이 모아져서 이 한 포인트가 넘어갔다"고 말했다.
MZ 복식조의 유쾌한 도전, 환한 미소와 넘치는 파이팅이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 넘쳐났다는 말에 유 회장은 "경기 들어가기 전에 밝게 하라고, 한 포인트 내줘도 웃으면서 즐겁게 하라고 했다. 한국탁구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통했다"며 활짝 웃었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