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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존중X빛나는 銀' 허미미"애국가 가사도 다 외웠는데...4년후엔 꼭 부를래요"[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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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애국가 가사 다 외웠는데… 다음 올림픽 땐 꼭 부르고 싶어요."

한국 여자유도에 8년 만의 메달을 되찾아온 허미미(21·경북체육회·세계 3위)가 29일 파리올림픽 -57㎏급 결승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후 4년 후 약속을 전했다.

'독립투사의 후예' 허미미는 생애 첫 올림픽에서 빛나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허미미는 29일 파리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유도 57㎏급 결승에서 '세계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와 연장 접전끝에 석연찮은 반칙패로 금메달 대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재일교포 허미미는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한국 국가대표가 되길 바란다"는 유언을 듣고 일본 국적을 포기했고 2022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경북체육회에 입단한 후 김정훈 감독의 도움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자신의 뿌리를 확인한 허미미는 대한유도회에 낸 올림픽 출사표로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프랑스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러 갑니다'라고 적었다.

허미미는 파리올림픽에 가기 전 금메달을 딸 일에 대비해 애국가 가사를 열심히 외우고 있다고 했었다. 은메달 직후 믹스트존에서 '애국가를 다 외웠느냐'는 질문에 허미미는 "애국가 가사 다 외웠는데 못부르게 돼 아쉽다. 다음 올림픽 땐 꼭 부르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날 준결승 연장 접전 끝 힘이 빠진 채 결승에 오른 '세계1위' 크리스타 데구치는 허미미를 상대로 변변한 기술을 보여주지 못했다. 승부는 지도에서 갈렸다. 연장전에서 주심이 허미미에게 '위장공격' 지도를 선언하면서 금메달을 놓쳤다. 아쉬운 판정과 관련 허미미는 "위장인 줄 몰랐는데 경기니까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이 부분을 신경 써서 내가 더 잘해야겠다"고 인정했다. 허미미는 완벽하진 않지만 진솔하고 소탈한 한국어로 소감을 또박또박 전했다. "올림픽을 잘 준비했는데 메달을 딸 수 있어서 엄청은 아니지만 좀 좋다"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사실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서 기대도 되고 중압갑도 있었는데 그래도 스스로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태극마크를 단 독립투사 허석 선생의 5대손 '은메달리스트' 허미미에게 할머니와 가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허미미는 "할머니께 금메달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어쨌든 메달을 보여드리게 돼 행복하다. 열심히 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 거라고 할머니께 말씀 드리고 싶다"고 했다. "파리올림픽에 와서 태극마크가 자랑스럽다는 걸 너무 많이 느꼈다. 태극마크를 달고 결승에 갈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서 태극기를 파리하늘에 휘날리겠다"는 출사표를 내고 파리에 입성한 허미미는 약속을 지켰다. 에펠탑 아래 경기장 시상대에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어떨 것같냐는 질문에 "태극기 보면 감동받을 것같다"고 했다.

허미미 뒤에는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대한민국 여자유도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따낸 '레전드' 김미정 여자대표팀 감독이 있었다. 애제자의 금메달을 누구보다 열망했던 김 감독은 "마지막 지도 판정이 아쉽다. 미미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공격을 시도했고 상대도 크게 공격을 하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더 확실하게 공격해야 하고 결국 더 잘해야 한다. 아직 어린 선수이고 무한 긍정의 마인드를 가진 좋은 선수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다음 올림픽엔 충분히 금메달을 딸 선수"라고 확신했다.

첫 올림픽을 은메달로 마무리한 허미미는 가장 먼저 뭘 하고 싶냐는 말에 "파트너 선수들이 많이 와 있다. 맛있는 것도 사주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파스타를 좋아한다. 같이 파스타를 먹으러 갈 것"이라며 웃었다. 보고 싶은 스타가 있느냐는 질문에 허미미는 망설였다. 배우 남주혁의 빅팬으로 알려져 있는 그녀에게 '남주혁'을 언급하자 급화색이 돌았다. "보고 싶은데 만날 수 있을까요? " 20대 여대생으로 돌아온 은메달리스트의 깜찍하고 솔직한 대답에 믹스트존에 웃음이 번졌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