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기적도 이런 기적이 없다!
되는 팀은 되나 보다. 정말 위기의 순간이 닥칠 거라, 불길한 기운이 엄습하는 순간 벼락같은 홈런포 2방으로 기사회생을 했다. 우승은 하늘이 점지해주는 거라는데, 이 말이 올해 KIA 타이거즈에 들어맞고 있다.
KIA는 2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9회초 2사 후 터진 김선빈, 변우혁의 기적같은 연속 타자 홈런에 힘입어 4대3으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KIA에는 중요한 한판 승부였다. 이날 졌다면 최하위 키움에 3연전을 모두 내줄 위기였고, 4연패에 빠질 뻔 했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법이지만 여기서 연패는 너무 좋지 않았다. 2위 LG 트윈스가 최근 7연승으로 추격에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만약 KIA가 키움에 패하고 LG가 한화 이글스에 승리한다면 8경기던 승차가 4경기까지 좁혀질 뻔 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4경기차 여유가 있는 KIA여도,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질 뻔한 경기였다. 8⅔이닝을 졌다. 마지막 ⅓이닝에 웃었다. 키움 선발 헤이수스의 역투에 막혀 7회까지 전혀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반대로 기세가 오른 키움 타자들에 3점을 내주며 패색이 짙어졌다.
하지만 선두 자존심으로, 이렇게 무참한 패배는 허락하지 않았다. 8회 최원준의 추격 투런포가 신호탄이었다.
9회 상대 좌완 김성민을 상대로 좌타자 최형우와 소크라테스가 아웃되며 불씨가 꺼지는 듯 했다. 더군다나 타석에는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았고, 이날 병살타 포함 3타수 무안타에 그치고 있던 김선빈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전 "김선빈에게 휴식을 줄까 생각했지만 상대 선발이 좌완 헤이수스라 밀고 나가게 됐다"고 했는데, 김선빈을 제외시켰다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김선빈은 김성민의 초구 투심패스트볼 높은 실투를 제대로 받아쳐 동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더 소름돋는 건, 김선빈의 홈런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변우혁이 다시 김성민의 초구를 받아쳐 역전 결승포로 장식했다는 것이다. 변우혁은 "경기 내내 변화구만 노리고 있었기에, 상대가 이를 간파했을 거라 계산했다. 그래서 초구 직구를 노렸다"고 극적인 홈런이 나올 수 있던 배경을 설명했다. 김선빈을 상대로는 실투였지만, 변우혁에게 던진 공은 낮게 제구가 잘 됐는데 변우혁이 괴물같은 힘으로 그 공을 펜스 바깥에 넘겨버렸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흐름이 있고 승부처가 되는 순간이 있다. 이날 KIA가 패했다면 선두 경쟁이 험난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천금의 홈런포로 살아났다. 만약 KIA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면, 아마 이 감독 머릿속에는 이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앞으로 더 극적인 경기가 나올 수 있겠지만 말이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