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A대표팀 사령탑으로 말을 갈아탄 홍명보 감독의 빈자리는 컸다. K리그1 2연패의 울산 HD는 올 시즌 독주체제는 아니었지만 '빅3'에서 이탈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5라운드에서 3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울산은 26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서 0대1로 패하며 4위(승점 42)로 추락했다. 이대로면 '왕조의 시작'인 K리그1 3년 연속 우승은 어렵다.
위기의 울산이 28일 마침내 홍 감독 후임 사령탑을 발표했다. 최근 말레이시아대표팀 사령탑에서 하차한 김판곤 감독(55)이 울산의 지휘봉을 잡는다. 울산은 "김 감독은 지난 20여년간 국내 클럽과 타국의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번갈아 잡으며 본인의 지도력을 여실없이 보여줬다. 그리고 올해 자신의 친정팀인 울산에서 K리그 첫 정식 감독 데뷔를 치르게 됐다"고 밝혔다.
28년 만의 귀환이다. 김 감독은 현역시절인 1992년 울산 현대에서 프로에 데뷔해 1996년까지 5시즌 몸담았다. 1997년 전북 현대에서 한 시즌을 더 뛴 후 K리거 커리어를 마감했다. 이후 홍콩에서 선수 겸 감독 생활을 그는 2005년 귀국해 부산 아이파크 코치에 선임됐다. 2006년과 2007년 보좌하던 3명의 감독이 물러나면서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기도 했다.
지도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홍콩대표팀 사령탑 시절이었다. 그는 '홍콩의 히딩크'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8년에는 행정가로 변신해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을 지냈다. 당시 축구협회 전무이사였던 홍 감독과 함께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파울루 벤투 감독을 영입, 2022년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의 산파 역할을 했다.
김 감독은 말레이시아에서도 탁월한 전술가로 이름값을 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축구 사상 처음으로 카타르아시안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고, 조별리그에선 대한민국과 3대3 무승부를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서 승점 1점이 모자라 아쉽게 탈락했지만 미래는 밝혔다.
하지만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2021년 1월 말레이시아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지난해 연말 재계약했다. 계약기간은 2025년까지지만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말레이시아축구협회와 계약을 해지했다. 김 감독은 그동안 K리그 복귀를 꿈꿔왔다. 울산의 러브콜에 국내 복귀로 새 길을 잡았다.
김 감독은 "현재 울산의 상황과 전력에 가장 적합한 게임 모델을 제시하고, 울산만의 플레잉 스타일을 확립하여 빠르게 경기력과 성적을 확보하겠다"며 "K리그에서 처음으로 정식 감독을 맡게 됐다. 긴장과 기대가 공존한다. 먼 길을 돌아온 느낌도 있지만, 그만큼 성숙한 경기력을 한국 축구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은 내년 아시아를 대표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출전한다. 김 감독에게는 울산이 새로운 시험대이자 기회다. 우려도 존재한다. 김 감독이 울산의 스타플레이어들을 어떻게 조련할지는 미지수다. 울산에서 연착륙에 성공하면 K리그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K리그1은 2주간의 '올스타전 브레이크'에 들어갔다. 김 감독은 29일 귀국, 울산 구단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선수단을 지도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다음달 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리는 대구FC와의 26라운드에서 첫 선을 보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