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이적 발표 전 경기장에서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행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수원FC와 FC안양에서 각각 전북으로 이적한 이승우와 김하준이 고별전에서 팬들에게 작별 메시지를 남겨 눈길을 끈 가운데, 서울 유스 출신으로 서울에서만 프로 생활을 한 올림픽 대표 출신 레프트백 이태석도 떠나기 전 팬들에게 먼저 인사했다.
이태석은 2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 '하나은행 K리그1 2024' 25라운드 원정경기를 끝마치고 사복 차림으로 서울 원정팬 앞에 섰다. '2006년생 특급' 강주혁의 선제결승골로 1대0 승리한 직후 메가폰을 잡았다. "3년 반이란 시간 동안 수호신(서울 서포터) 앞에서 경기를 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팬분들 앞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이적을 하지만 제 마음속에서 항상 FC서울을 응원하겠다."
현장을 찾은 서울 원정팬은 "이태석, 이태석"을 외쳤다. 서울 팬 커뮤니티에는 이태석을 '내가 낳은 자식'이라고 표현하며 "눈물이 난다"는 글이 올라왔다. 헤어짐은 늘 아쉽고 어려운 법이다.
이태석은 비록 이날 엔트리에서 제외돼 경기에 뛰지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팬들과 함께하는 서울 특유의 승리 의식을 거행했고, 승리샷도 남겼다. 생일(7월28일)을 하루 앞두고 '셀프 작별'을 하는 심경은 어땠을까. 지난해 서울에 입단한 친동생 이승준(서울)을 남겨두고 상암을 떠나는 기분도 홀가분하진 않았으리라.
이을용 장남인 이태석은 서울팬의 사랑을 듬뿍 받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서울 유스인 오산중과 오산고를 졸업해 2021년 프로팀에 콜업돼 3년 반 동안 리그에서만 89경기(4도움)를 뛰었다. 입단 당시 앳된 청소년 같았던 이태석은 3명의 감독을 거치며 터프한 프로선수로 거듭났다.
서울 라이프는 영원할 수 없었다. 올 시즌 김기동 서울 감독 부임 후 강상우에게 주전 자리를 내준 이태석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변화를 꾀했다. 울산과 뜻이 맞아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와 트레이드 협상에 임했다. 구단과 선수가 모두 동의해 발표 직전까지 진행됐지만, 울산 수뇌부가 단순 변심으로 이적을 철회하면서 큰 상처를 받았다. 서울 구단은 울산의 행태를 비판하는 입장문에서 이태석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울산에 집까지 구했다는 소문이 돌았던 이태석은 서울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포항이 이태석 영입에 관심을 보이면서 울산 옆동네인 포항으로 향하게 됐다. 양 구단은 지난 주 포항 골키퍼 강현무(+현금)와 이태석을 트레이드하기로 합의했다. 개인 합의를 끝마치면 메디컬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내주 초 발표가 유력하다.
축구계 관계자는 '윈-윈' 트레이드로 평가하고 있다. 서울은 지난시즌부터 계속된 골문 불안을 해결할 '검증된 골키퍼'를 영입했다. 강현무는 김기동 감독이 포항 시절에 중용했던 '애제자'란 점에서 더 기대를 모은다. 이달 김천 상무에서 전역한 강현무는 2015년 포항에서 데뷔한 뒤 9년만에 친정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포항은 35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로 고군분투하는 주장 겸 주전 레프트백 완델손의 파트너 혹은 백업 자원이 필요했다. 올 시즌까지 22세 규정에도 적용되는 이태석은 전력 강화와 세대 교체 차원에서 매력적인 타깃이었다. 이번여름 부천에서 2001년생 공격수 안재준을 과감하게 영입한 포항은 '젊은 포항'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포항과 서울은 내달 11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시즌 3번째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이 경기는 이태석과 강현무가 유니폼을 바꿔입고 치르는 데뷔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