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40세 노장이 '은퇴' 현실을 뒤집고 프로야구 무대에 복귀한다. 실전 공백만도 1년 이상이다.
'최강야구' 트라이아웃에서도 탈락했던 송은범(40)이 1군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을까. 삼성 라이온즈는 25일 송은범과 잔여기간 총액 8000만원(연봉 5000만원, 옵션 3000만원)에 영입했다고 밝혔다.
송은범은 지난 5월 중순부터 경산볼파크의 삼성 재활군에 합류해 몸을 만들었고, 이번달 구단 최종 테스트를 통과해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다. 최고 구속은 143㎞다.
송은범의 마지막 1군 피칭은 LG 트윈스 소속이던 작년 7월 8일 부산 롯데전(1이닝 무실점)이다. 올해초 '최강야구' 트라이아웃에서 '은사' 김성근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그다. 2달여의 집중적인 훈련이 송은범을 얼마나 바꿔놓은 걸까.
마지막 기회를 꿈꾸는 선수들에게 구단은 흔히 5000만원의 최저연봉을 부여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기 마련. 하지만 송은범의 계약조건에는 3000만원의 옵션이 따라붙었다. 송은범과 삼성이 특별한 로열티를 주고받은 관계는 아니라고 보면, 송은범이 삼성의 기대에 부합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또는 그만큼 삼성이 급하다고도 볼 수 있다. 7월 들어 올해 삼성을 지탱해온 김재윤-임창민-오승환 필승조 3인방의 지친 모습이 심상치 않다. 세 투수 모두 7월 평균자책점이 4점대를 넘는다.
셋 중 가장 어린 김재윤이 34세, 임창민은 39세, 오승환은 무려 42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그 구원 1위(오승환 25세이브) 홀드 1,2위(김재윤 22개, 임창민 21개)를 기록중인 노익장은 놀랍지만, 그만큼 피로가 쌓였다해도 이상하지 않다.
삼성은 아직까진 3위를 지키고 있지만, 이미 1위 KIA 타이거즈와의 차이는 9경기까지 벌어졌다. 오히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5위 KT 위즈의 추격을 걱정해야하는 입장이다. 현재 입지가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송은범이 삼성 전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가 관건이다. 송은범은 당분간 퓨처스 경기에 출전하며 실전 감각을 가다듬을 전망.
송은범은 무려 2003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1차지명으로 입단하며 프로에 입문했다. 이후 KIA, 한화 이글스, LG를 거치며 21시즌 동안 680경기(선발 194)에 출전, 1454이닝을 소화하며 88승95패 57홀드27세이브, 평균자책점 4.57을 기록했다.
한화와 LG를 거치며 두차례 FA 계약을 했고, 선발뿐 아니라 불펜 전천후 투수로도 롱런하며 적지 않은 커리어를 쌓았다. 다만 2021년 8월 당한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 이후 좀처럼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했다.
삼성으로선 터닝포인트가 절실했던 차에 새 외국인 타자 루벤 카데나스가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바람을 불어넣었다. 공수에서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제 불펜에만 생기가 돌아오면 가을야구에서의 좋은 성과를 노려볼만하다.
송은범은 "믿고 기회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 젊은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단 소감을 전했다. 삼성 구단은 "21년간 선발과 불펜에서 전천후 투수로 활약했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반기 체력이 떨어진 불펜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