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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순 레전드X女올림피언 최초 재선'임오경 의원"후배 여러분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마세요"[파리올림픽 개막X진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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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후배 여러분,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마세요!"

'여자핸드볼 레전드' 임오경 의원(52·더불어민주당)이 파리올림픽에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꿈꾸는 '팀 코리아' 후배들을 뜨겁게 응원했다.

임 의원은 지난 4월 총선, 지역구 광명갑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22대 국회에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다. 여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첫 재선, 그것도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재선은 전무후무한 역사이자 여성 스포츠의 쾌거다. 주말마다 광명의 딸로 쉼없이 달려온 체육인 특유의 바지런한 행보와 진심이 통했다. 임 의원은 "체육인으로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항상 부담스럽다. 스포츠 현장에서 그랬듯 국회에서도 최초 타이틀이 이어지고 있다. 늘 다음을 생각하기보다 오늘, 매순간 최선을 다한 결과"라며 웃었다. '타고난 리더' 같은 임 의원은 "2남6녀중 다섯째 딸이다. 원래는 조용하고 부끄럼 많은 순둥이였다"는 반전 과거를 털어놨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한 핸드볼을 잘하게 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혼자선 절대 할 수 없는 '팀 스포츠' 핸드볼을 통해 소통과 리더십을 배우게 됐다"고 돌아봤다. '재선' 직후 임 의원은 야심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4일 국회 내 'K-스포츠문화 포럼'이 출범했다. 정청래 의원, 권성동 의원 등 스포츠의 가치를 아는 여야 의원 27명이 '임 대표'와 뜻을 함께했다. '스포츠' 세 글자가 들어가는 입법 연구 모임 역시 국회 최초다. 현정화, 이은경, 제갈성렬, 김요한 등 내로라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동참한 창립기념식장엔 400여명의 체육인, 정치인들이 운집했다.

임 의원은 "스포츠는 건강이다. 스포츠는 문화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임 의원은 "과거 우리 스포츠의 핵심가치는 국위선양이었다. 이젠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보는 스포츠에서 하는 스포츠, 참여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 스포츠는 이제 전문체육 영역에서 확장돼 국민건강, 사회통합, 경제발전, 미래성장을 위한 강력한 문화도구"라고 강조했다. "온 국민이 생애 주기 내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국민 '1인 1스포츠 참여'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스포츠 마케팅으로 지역경제도 활성화할 수 있다, 인구위기로 89개 지자체가 소멸위기라는데 강원도 인제군은 작년 60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해 75억원의 경제효과를 올렸다. 또 '최강야구', '뭉쳐야찬다', '피지컬100' 등처럼 K-스포츠가 K-콘텐츠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 의원은 "스포츠는 국민통합과 남북평화의 도구도 될 수 있다. 또 1인 인구가 늘어나는 시대, 스포츠를 통해 가족처럼 소통하면서 개인과 국가의 건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K-스포츠문화포럼을 통해 우리나라를 전세계의 롤모델이 되는 스포츠 복지국가로 만들기 위한 정책 싱크탱크와 여야 협력 실천의 장을 만들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표했다.

임 의원은 체육계 현안을 빼놓지 않고 챙기고 있다. 최근 대한축구협회, 문체부 관계자들을 불러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싼 논란을 집중조사했다. 체육인 출신으로 사태의 본질을 꿰뚫은 임 의원은 "서포터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대한민국 축구도, 엘리트 체육도 위기인데 하나가 되지 못하는 분위기가 너무 안타깝다. 부족한 점을 서로 채워주는 게 팀 스포츠이고 원팀이다. 힘들 때일수록 축구인들이 프로 정신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면서 "협회는 팬들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팬들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을 더 해야 한다. 축구 팬들도 한국 축구가 위기에서 기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이어져온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갈등 관계에 대해서도 "서로 자존심 싸움, 힘 겨루기를 하면서 개인의 감정으로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포츠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유인촌 장관에게도 이기흥 회장에게도 똑같이 말씀드렸다"고 했다. 임 의원은 "문체부가 대한체육회를 건너뛰고 지방, 종목체육회에 예산을 직접 내리는 것은 안된다. 이미 박근혜 정부 때 실패한 정책이다. 또 엘리트 스포츠의 침체는 대한체육회, 문체부의 공동책임"이라면서 "교육부와 협의해 학교체육, 유소년 체육의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을 펴는 건 정부, 문체부의 책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임 의원은 국회 문체위 야당 간사로서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우리 선수들이 잘하도록 지원하고, 열심히 응원한 후 이후 문체부, 체육회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중재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차기 대한체육회장과 관련 임 의원은 "선수촌장은 엘리트 선수의 몫이라고 생각하지만 체육회장을 엘리트 선수 출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생활체육, 전문체육의 통합 이후 대한체육회는 4000억원의 예산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이 됐다. 엘리트 체육, 생활체육 각각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부회장, 위원장, 임원으로 활동하면 된다. 대한체육회장은 기업인이나 정부와 소통이 되고 정치력이 있는 리더가 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금, 1996년 애틀란타 은, 2004년 아테네 은을 따낸 불세출의 '우생순' 레전드는 엘리트 스포츠의 하향세가 누구보다 속상한 선배다. "엘리트 스포츠의 국가경쟁력이 떨어진 건 정말 마음 아프다. 과거에 피지컬이 부족한 한국 핸드볼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건 훈련양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훈련양은 적고 개인 생활이 많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자핸드볼도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라는 위기감이 있다"고 직시했다. "뿌리가 탄탄해야 잎도 자라고 열매도 맺는데 한국 체육은 지금 그 뿌리가 없다. 아이들이 원하는 운동을 맘껏 하면서 재능을 펼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임 의원은 바쁜 의사 일정을 쪼개 8월 초 파리행 비행기에 오른다. 우생순의 후예들은 2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여자핸드볼 조별리그 A조 1차전, 독일을 상대로 27대26, 짜릿한 재역전승으로 서전을 장식했다. 임오경은 후배들을 향한 가슴 뜨거운 응원을 전했다. "100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열리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대표 영웅 여러분들,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맘껏 펼치고 최선을 다해주세요. 대한민국 유일의 구기종목, 우리 여자핸드볼 후배 여러분,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마세요. 그 공을 상대방 골대를 향해 멋지게 던지세요!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을 응원합니다. 우리 후배님들 파이팅!"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