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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선우X金우민 해왔던대로 해내자!" '금빛 동행'박지훈 수영 트레이너의 편지[파리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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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대한민국 수영대표팀이 27일 파리 라데팡스에서 역사적인 첫 도전을 시작한다. 파리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세계 챔피언' 김우민(강원도청)이 스타트를 끊는다. 황선우의 자유형 200m, 남자계영 800m에서도 새 역사를 기대하고 있다. 대한민국 수영은 파리에서 가장 뜨겁고, 가장 빛나는 종목이다. 세상에 홀로 빛나는 별은 없다. 대한민국 선수단, 빛나는 황금세대 뒤엔 지도자, 지원 스태프들의 무한 헌신이 있다. 박지훈 파리올림픽 수영국가대표팀 트레이너(37)도 그중 한 명이다. 고려대 언어학과, 해병대 1025기 출신, 스포츠를 향한 일편단심으로 한체대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역도, 사이클, 아이스하키, 정구 사격대표팀,프로야구 KT위즈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다 2021년 도쿄올림픽 직후 수영대표팀을 만났다. 호주 전지훈련에서 컨디셔닝은 물론 전동현 코치와 함께 아빠, 엄마 역할을 하며 선수들의 밥심까지 책임졌던 그가 첫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아래는 박지훈 트레이너가 되돌아본 지난 3년, 대한민국 수영 황금세대 폭풍성장의 기록이자 가슴 뜨거운 응원이다.정리=전영지 기자

저는 2021년 11월부터 대한민국수영대표팀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곱 번의 대회와 세 번의 호주 전지훈련을 경험했고, 이제 여덟 번째 도전,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있습니다. 2022년 전동현 코치님,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이)유연이와 함께 한 첫 호주 멜버른 전지훈련은 처음이라 낯설고 어색했습니다. 훈련하고, 밥 해먹이고, 빨래하고, 장 보고… 그렇게 전지훈련을 마친 후 그 여름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에서 선우는 자유형 200m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50m 롱코스 첫 메달이었습니다. 12월엔 멜버른에서 쇼트코스세계선수권이 열렸는데 선우가 터치를 하다 검지가 심하게 꺾여 시합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3시간 넘게 손가락을 케어하고 도핑에 안 걸리는 강한 진통제를 써서 예선 레이스에 나섰고, 8위 턱걸이로 결선에 올라간 선우는 기적처럼 금메달을 목에 걸었죠. 그때의 희열은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2023년 두 번째 호주 골드코스트 5주 훈련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멜버른보다 물가도 비쌌고 한인마트도 없고 날씨는 무더웠으며 선수들의 피부가 견디질 못해 병원약까지 처방받아야 했죠. 특히 선우가 몸이 안좋아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팀 분위기도 가라앉았습니다. 새벽에 애들이 입수하면 장 보고 밥 하는 게 제 일상이었는데 훈련을 할 수 없는 선우와 함께 장을 보러가 망고를 사서 숙소에서 나눠먹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땐 참 힘들었는데 지나고보니 다 행복한 추억입니다. 그해 후쿠오카세계선수권 자유형 200m에서 선우는 동메달, 호준이는 첫 결선에 진출했죠. 이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자식의 성장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을 알 것만 같았습니다. 작년 항저우아시안게임, (지)유찬이와 (백)인철이는 늘 붙어다니더니 나란히 일을 냈습니다. 유찬이가 자유형 50m 금메달, 인철이도 접영 50m에서 릴레이 금메달을 따냈죠. 추석 연휴, 우민이의 금메달 후 큰절 세리머니도 인상 깊었습니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올해 초 떠난 세 번째 4주간의 선샤인코스트 전지훈련, 기간은 짧았지만 훈련양은 혹독했습니다. 마이클 팔페리 코치가 웨이트트레이닝까지 함께 시켰기 때문에 선수들의 피로도는 극한에 달했습니다. 모두가 힘든 훈련을 잘 견뎌냈고 27일 (김)우민이의 파리올림픽 자유형 400m 첫 경기가 시작됩니다.

도쿄올림픽 후 수영대표팀에 들어온 지 3년 만에 이 아이들과 함께 올림픽에 나갑니다. 정말 열심히 하는데 맘같지 않아 속상한 날도 있었고 외려 맘을 편히 먹으니 잘 풀리는 날도 있었습니다. 3년 전 처음 만난 선우는 서울체고에 다니던 고등학생 미성년자였죠. 호준이, 유연이는 차도 없는 스무살 초반 선수들이었는데 이제는 운전도 곧잘 하는 프로페셔널 선수가 됐습니다. 우민이는 그때 중고 중형차를 끌고 다녔고요. 다 멋진 청년으로 자랐습니다. 수영 대표팀 4년차, 저도 수영인들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이정훈 총감독님, 전동현 코치님, 우리 선수들…, 수영인들은 부드럽고 유연하며 동료를 위하고 서로를 인정할 줄 아는 멋진 사람들입니다.

처음 트레이너를 시작할 땐, 비행기를 타면 설렘이 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비행기에서 내리면 어떤 고행이 기다릴까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파리올림픽을 눈앞에 둔 지금, 이 친구들과 함께 또 어떤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을지 다시 설레기 시작합니다.

이 친구들이 눈부시게 빛나준 덕에 함께 동행한 저도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존재가 됐습니다. '황금세대'라 불리는 이 친구들이 인생의 무대, 파리에서 또 한번 멋지게 해낼 것을 믿습니다. "너희 덕에 하루하루가 꿈같은 날들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해보자! 너희가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너희의 장작이고 싶다. 박지훈 트레이너가."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