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구장 효과를 좀 봤어야하는데, 2개 다 어느 구장에서나 홈런이 될 타구들이었다."
텐션이 하늘을 찔렀다. 첫 인터뷰 내내 자신감과 유쾌함을 과시하던 루벤 카데나스, 실전에 들어가니 한층 더 뜨겁다.
카데나스는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말시리즈 3차전에서 4-5로 뒤진 9회말 끝내기 투런포를 작렬, 6대5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삼성 선발 이승현은 4회 교체된 반면, 롯데 선발 반즈는 6⅔이닝 3실점으로 역투했다. 7회초 유격수 이재현의 실책으로 1점을 추가로 내주며 3-5가 됐을 때만 해도 삼성의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8회말 1점을 따라붙었고, 9회말 첫 타자 이재현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물꼬를 텄다. 카데나스는 롯데 마무리 김원중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를 벌인 끝에 6구째 131㎞ 포크볼을 통타, 왼쪽 담장 너머 120m로 날려보내며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만난 카데나스는 "우리 투수들이 잘 막아줬고, 야수들이 각자 자기 할일을 다했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에 홈런을 쳤다.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우리와 롯데가 계속 리드를 주고받는 치열한 경기였는데, 이겨서 기쁘다"고 강조했다.
전날 첫 홈런은 140m, 이날은 120m였다. 대구에 오기전 '라팍은 타자친화형'이란 절친 코너 시볼드의 소개에 기뻐했던 카데나스.
강철같은 하체를 기반으로 한 파워 스윙이 강렬하다. 이날도 적시타에 이어 2경기 연속 홈런까지 쏘아올렸다. 카데나스는 "홈런 2개 모두 어느 야구장에서도 넘어갔을 것 같다. 덕분에 구장 효과는 아직까진 못봤다"면서 웃은 뒤 "일단 타자로서 봤을 때 타자 친화형 구장인건 맞다"고 덧붙였다.
"홈런을 노리진 않았다. 어떻게든 다음 타자에게 연결해주고자 했는데, 이렇게 홈런이 나왔다. 투수들은 세계 어디서나 똑같은 투수라고 생각한다. 다들 장단점이 있고, 눈앞의 투수가 가진 단점을 파악하고 내 타이밍에 맞춰서 경기를 준비할 뿐이다."
삼성은 카데나스가 뛴 이번 롯데와의 주말시리즈 3연전을 모두 매진시켰다. 덕분에 현장 분위기는 한층 남달랐다. 시종일관 뜨겁게 타오르는 야구장 분위기에 반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윽고 경기를 끝낸 히어로로서 단상 인터뷰에 임한 카데나스의 한마디 한마디에 폭소가 터졌다.
"미국 야구문화와는 확실히 모든게 다르다. 가족같이 친근하게 대해주는 모습이 좋다. 그 마음을 느끼고 있다."
이날 수비에서도 펜스 맞은 타구를 한손으로 잡아 2루에 노바운드로 송구하는 강렬한 모습이 있었다. 카데나스는 "내 어깨는 꽤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주자들이 안 뛰면 곤란하다. 나는 뛰는 주자를 잡는 걸 좋아한다"며 웃었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