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물웅덩이가 그라운드 곳곳에 자리했다. 공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 기본적인 패스 조차 되지 않았다. 당연히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했다.
17일 김포솔터축구장에서 열린 김포FC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8강전을 지배한 것은 폭우였다. 경기 전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비가 내렸다. 김포에는 호우 경보가 발효됐다. 가뜩이나 배수가 잘되지 않는 김포솔터축구장이었다. 김학범 제주 감독은 그라운드 상태를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 감독은 "엉망진창이다. 오늘은 '뭐를 어떻게 해야하지' 이런게 없다. 준비한거 다 소용없다"고 했다.
고정운 김포 감독도 비가 최대 변수라고 했다. 고 감독은 "수중전이 우리에게 유리하길 바란다. 우리가 다른 운동장에 비해 배수가 잘 안된다. 제주가 기술이 있는 팀이지만, 빠르게 볼을 뺏으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 물이 고여있는데는 최대한 안가고, 단순하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양 팀은 로테이션을 택했다. 김포는 아예 주전 11명을 모두 바꿨다. 빡빡한 일정에 수중전, 아무래도 주말 경기에 대한 걱정이 클 수 밖에 없었다. 고 감독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이 경기 후 FC안양, 서울 이랜드, 수원 삼성을 만난다. 선수들이 약간 지친감이 있어 로테이션을 했다"고 했다. 김 감독도 "주말 강원전에 신경이 쓰인다. 이런 날씨라면 구자철을 선발로 넣지 않았다. 선수들이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날 대형사고가 나온다"고 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비가 다소 잦아들었지만, 이미 그라운드는 흠뻑 젖은 뒤였다. 전반 엄청난 크기의 물웅덩이가 있던 김포 진영 왼쪽으로는 아예 공이 가지 않았다. 선수들은 패스나 드리블을 최대한 자제하고, 앞으로 뻥뻥 공을 차는데 급급했다. 선수들의 실수가 이어지며, 관중석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어쩌다 온 찬스도 놓쳤다. 전반 27분 제주 서진수의 패스를 받은 진성욱이 골키퍼와 맞서는 찬스를 잡았지만, 슈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기회를 놓쳤다.
후반 들어 비가 소강상태가 되며, 비로소 경기다운 경기가 전개됐다. 양 팀인 루이스, 채프먼(이상 김포), 갈레고, 유리 조나탄(이상 제주) 등 아꼈던 외인들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김포와 제주는 찬스를 주고 받았지만, 좀처럼 골이 나지 않았다. 연장전이 예상되던 추가시간, 제주가 웃었다. 후반 48분 카이나가 오른쪽에서 감각적인 크로스를 올렸고, 유리 조나탄이 헤더로 마무리했다. 1대0으로 승리한 제주는 2년 연속 코리아컵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편, '김기동 더비'로 불린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FC서울의 경기는 정재희의 멀티골을 앞세운 포항이 5대1 승리를 거뒀다. 울산HD는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김민준의 결승골로 1대0 승리하며 4강에 올랐다.
김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8강 전적(17일 오후 9시 현재)
제주 1-0 김포
울산 1-0 인천
포항 5-1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