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더 높은 연령대로 갔을 때 좋은 상황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김영진 대전 18세이하(U-18) 팀 감독의 말이다. 올 시즌 K리그는 그야말로 '준프로 열풍'이다. 2006년생 양민혁(강원FC), 2007년생 박승수(수원 삼성) 등 고등학생 프로 선수들이 등장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 감독에게도 큰 기쁨을 주는 일이다. 대전 U-18팀 '에이스' 윤도영이 준프로 신분으로 대전하나시티즌에서 뛰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16일 천안에서 열린 '2024 GROUND.N U-18&U-17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윤도영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가 가르쳤다기보단 구단이 보석을 발굴한 것 같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현장에서 '유스 스페셜리스트'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22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수석코치를 역임한 1년을 제외하면 줄곧 유소년 육성에 힘을 쏟았다. 중동중, FC서울 15세이하(U-15) 팀 등을 거쳐 지난해 대전 U-18팀에 합류했다. 서울 U-15 팀에선 이태석 강성진(이상 서울), 현재는 윤도영 등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지도했다.
김 감독은 "프로는 승리가 우선이다. 치열한 경쟁을 해야한다. 유스팀은 많은 것을 인내하고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운 좋게 프로와 유스 모두 경험해봤다. 개인적으로는 기다리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다. 1978년생 김 감독은 만 25세이던 지난 2003년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2002년 한국철도축구단에서 1년간 선수생활을 한 뒤 은퇴했다. 그는 "축구를 잘 하지 못해서 빨리 그만뒀을 뿐이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렸을 때는 기회를 받지만, 경쟁 사회에선 (차이가)벌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관리를 잘 하지 못했다. 이러다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다른 인생을 살아도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당시의 경험은 유스 지도자로서 큰 자양분이다. 그는 "옛날에는 축구를 시작하면 끝까지 해야했다. 하지만 모두가 다 뛰어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축구만 하는 기계가 아니다. 나와 같은 사람이 나올 수도 있고, 더 뛰어난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프로 선수일 것이다. 하지만 축구를 그만 뒀을 때 상황을 인정하고, 제2 인생을 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다만, 축구를 그만 두고 악몽과 같은 삶을 사는지 아니면 나처럼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는지의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한 때는 빨리 만들어내고, 빨리 잘 하고, 빨리 이겨야 하는 사람이었다. 남들이 '1'을 갈 때, 우리는 '3'을 가야했다. 하지만 우리 연령대는 꼭 빨리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통해 배우고, 더 높은 연령대로 갔을 때 좋은 상황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네 가지의 기준을 갖고 평가를 한다. 이제 입문한 선수들은 스스로 해보고, 견뎌보고 수정하는 시간이다. 실패해도 괜찮다고 한다. 더 높은 연령대는 관련 내용을 수행할 때 더 높은 확률을 기록해야 한다. 학습해왔으니 자동화 될 것이다. 하지만 그걸 넘어서 탈 자동화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천히 가더라도 명확한 방향성을 잡고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선 지도자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그 역시 국내외 경기를 찾아보며 벤치마킹하고 있다. 김 감독은 "올해는 고등학교에서 프로로 올라와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많다. 하지만 내년에도 많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해외 연수도 많이 간다. 게임 모델도 접목한다. 인터넷만 열어도 해외 팀이 어떻게 하는지 다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그 안에서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는 선수들에게 매우 중요한 기회다. 특히 대전 17세이하(U-17) 팀은 세레소 오사카 U-17팀(일본)과 조별리그에서 격돌했다. 결과는 1대1, 무승부로 끝났다.
김 감독은 "우리도 주도하는 축구를 하려고 한다. 상대는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보다 수준이 더 높았던 것 같다"며 "선수들이 그동안 훈련한 것, 본인이 느끼는 것을 얼마나 주도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선수들에게 이번 경험이 성장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천안=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