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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전 대선배들처럼…'최고 151㎞' 정우주+MVP 이한림, 청룡을 품에 안은 역대급 조합 [목동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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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전주고가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레전드 배터리, 김원형-박경완의 뒤를 이을 또 하나의 호흡을 탄생시켰다. 전주고 정우주와 이한림이다.

전주고는 1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 및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결승전에서 마산용마고를 14대5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전주고로선 창단 후 첫 청룡기 우승이자 1985년 이후 39년만의 전국대회 우승이다. 비로 1시간44분간 경기가 중단되는 등 쉽지 않은 하루였지만, 전주고는 마침내 청룡을 품에 안았다.

전주고를 결승전까지 이끈 이호민이 등판할 수 없는 상황. 주창훈 전주고 감독은 4강전에 이어 에이스 정우주를 우익수와 투수로 번갈아 쓰며 위기시에만 활용하는 방안을 꺼내들었다.

경기 초반부터 타선이 대폭발했다. 2, 3회 3득점, 4회 5득점하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6-1에서 경기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뒤, 이한림의 3점홈런 한방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때 점수차가 14-2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전주고는 여러 투수에 두루 기회를 주는 여유를 보인 끝에 9회말 정우주를 투입해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경기 후 주창훈 감독의 눈은 감격어린 눈물로 빛났다. 주창훈 감독은 "이번 대회 준비하면서 꼭 우승하자고 선수들과 다짐했는데…"라며 울컥한 뒤 "선수들이 하나로 잘 뭉쳐서 우승할 수 있었다. 이기려는 의지가 우리가 더 간절했던 것 같다"고 했다.

2018년 부임한 그로선 2019년 협회장기(현 이마트배), 2022년 대통령배, 2024년 이마트배에 이은 4번째 전국대회에서 마침내 우승을 거머쥔 것.

"실력이 부족해서 진 게 아니다. 큰 경기 경험이 부족했다. '너희들은 항상 최고'라고 거듭 말해왔다. 지난 겨울 우리 선수들이 정말 고생 많이 했다.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기쁘다."

정우주의 활용에 대해선 "오늘 45개를 넘긴 다음 경기가 내일로 연기(서스펜디드)되면 정우주가 더 던질 수가 없다. 일단 45구를 끊어놓고, 위기시에만 등판하기로 했다"면서 "마지막은 고생한 이호민을 1루에 쓰고, 정우주가 투수로 나가서 고생한 3학년 8명이 함께 그라운드에서 기뻐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주고로선 1985년 황금사자기에 이은 두번째 고교야구 전국대회 우승이었다. 하지만 김원형 전 SSG 랜더스 감독, 박경완 현 LG 트윈스 배터리코치를 비롯해 통산 최다 타점의 사나이 최형우(KIA 타이거즈), 전 메이저리거 조진호 등 유수의 한국 야구 스타들을 배출한 학교다. 정우주-이한림 배터리는 그중에서도 동갑내기 절친이라는 점에서 김원형-박경완 배터리에 비견되고 있다.

이한림은 최우수선수상을 비롯해 타점상(10개) 홈런상(2개)를 휩쓸었다. 결승전에서도 승부에 쐐기를 박은 3점홈런 포함 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이한림은 "이마트배 우승을 못했던 게 너무 아쉬웠는데, 드디어 우승했다"며 기뻐했다. 이어 "요즘 방망이가 안 맞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편하게 쳐라' 하셨다. 외야 플라이 친다 생각하고 가볍게 쳤는데 운좋게 넘어갔다"고 돌아봤다.

"1학년 때부터 시합을 뛰면서 명문고 초청대회까지 포함해서 결승에 5번 갔는데, 앞에 4번은 모두 준우승이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번엔 꼭 우승하고 싶었다. '오늘만 이기자'는 마음으로 뛰었다. 우리 학교에 첫 청룡기, 39년만의 전국대회 우승을 안길 수 있어 기쁘다. 중간에 비 때문에 중단됐을 땐, '오늘 끝내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집중했다."

이한림은 "박경완 선배님하곤 아직 이야기해본 적은 없지만, 닮고 싶은 마음이 크다. 원래 1,2학년 때는 홈런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번에 운 좋게 홈런상까지 탔다"며 활짝 웃었다.

우승 투수가 된 정우주는 이날 발표된 청소년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정우주 역시 마침내 이뤄낸 전국대회 우승에 감격했다. 이어 "이마트 때는 부담감이 앞섰는데, 이번 대회는 내 뒤의 투수, 야수들을 믿고 설레는 마음으로 던졌다"며 미소지었다. 1,2회 갑작스런 등판도, 뜻밖의 투타 병행도 "재미있었다. 야수로도 1인분은 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김원형-박경완 배터리와의 비교에 대해서는 "(이)한림이 덕분에 그런 이야기도 듣는 거 같다. 한림이가 날 끌어주고 잘 막아준 덕분이다. 한림이가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던질 수 있었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신인 드래프트 1순위가 목표다. (덕수고)정현우와 선의의 경쟁중 아닌가. 친구로서 고맙다. 끝까지 좋은 친구로 남고 싶다."

목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