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고교야구 팀에게 역대급 선수의 등장과 학교의 전성기가 일치하는 기회는 흔치 않다. 전주고와 정우주(17)는 그 귀중한 기회를 잡았다.
주창훈 감독이 이끄는 전주고가 첫번째 좌절을 딛고 다시한번 전국대회 결승전 무대에 섰다. 전주고는 16일 열리는 제79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대회 및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결승전에서 마산용마고와 맞붙는다. 오랜 역사를 지닌 양팀 공히 창단 첫 청룡기 우승 도전이다.
올해 전주고 에이스인 정우주는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픽이 유력한 최고 투수다. 덕수고 정현우와 더불어 '투톱'으로 꼽힌다. 공식전 최고 구속이 156㎞에 달하는 강력한 직구를 지녔다.
앞서 정우주를 앞세운 전주고는 올해초 이마트배 결승에서 덕수고에 패해 분루를 삼킨 바 있다. 정우주는 청룡기 32강 충암고전을 마친 뒤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덕수고)정현우보다 내가 한수위임을 보여주겠다.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선을 확실하게 긋고 싶다"며 뜨거운 출사표를 내밀었다.
전주고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에 창단됐다. 1977년 재창단 이후 김원형 박경완 최형우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하지만 고교야구 전국대회 우승은 단 1번(1985년 황금사자기) 뿐이다.
최근 들어 박재민(롯데) 박권후(삼성) 손현기(키움) 등을 앞세워 중흥기를 맞이했다. 2019년 협회장기(현 이마트배) 4강이 황금사자기 우승 이후 34년만의 전국대회 4강 진출이었지만, 이해 결승전에서 배명고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2022년 대통령배에서도 준우승이었다.
올해 청룡기는 이른바 야구명문고들의 강세가 돋보인 무대였다. 8강은 덕수고, 광주일고, 장충고, 마산용마고, 부산고, 강릉고, 평택청담고 등 전통과 신흥 강호, 지역 맹주가 어우러졌다.
덕수고는 이번대회 8강에서 광주일고에 패해 탈락했지만, 전주고는 승승장구하며 결승 무대에 올라 마침내 우승을 겨냥하게 됐다. 난적 강릉고와의 4강전에서 정우주가 60개, 이호민이 72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상황. 하루 쉬고 임하는 결승전에 에이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던 덕수고를 격파한 광주일고, 이를 꺾고 결승전 무대에 오른 팀이 바로 진민수 감독의 마산용마고다. 1936년 창단 이래 전국대회 우승 없이 준우승만 6회(청룡기 1회, 황금사자기 5회)라는 갈증에 시달리는 팀이다. 2019년 황금사자기 이후 5년만의 전국대회 우승 도전이다.
지난해 장현석(LA 다저스)이라는 절대적인 에이스를 보유하고도 청룡기 8강 장충고전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번엔 마산용마고가 고교야구 최고 에이스를 가로막는 입장. 주태준 이서율 성치환 등 롯데 자이언츠 출신 조정훈 투수코치가 키워낸 탄탄한 마운드가 돋보인다.
두 팀 중 한 팀은 창단 첫 청룡기를 품에 안게 된다. 전주고와 마산용마고의 청룡기 결승전은 16일 오후 2시, 목동구장에서 열린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