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해리 케인이 다시 한번 무관의 저주를 몸소 증명하고 말았다.
잉글랜드는 15일(한국시각)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스타디온 베를린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유로 2024 결승전에서 1대2로 패배했다.
지난 유로 2020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한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스페인의 벽을 넘지 못하며 사상 첫 우승 도전이 이번에도 물거품이 됐다.
잉글랜드의 준우승과 함께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게 된 선수는 역시나 주장이자 팀의 핵심인 케인이다. 케인은 이번 잉글랜드와 스페인의 결승전 경기에서도 그간 케인의 짓눌렀던 비판들을 끊어낼 수 없었다.
케인은 이날 경기 61분을 소화하며 슈팅 1회, 패스 성공률 50%, 경합 성공 2회로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경기 내에서 부카요 사카, 주드 벨링엄, 코비 마이누 등이 분전하는 동안 케인이 활약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케인의 부진은 사실상 예견된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케인은 이번 대회 내내 부진하며 비판에 직면했었다. 지난 네덜란드와의 4강을 포함해 6경기에서 3골을 기록했지만, 영향력은 미미했다. 유럽 최고 골잡이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계속해서 수비 사이의 고립되는 모습도 보였으며, 문전 앞에서의 위력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일부 언론에서는 '케인은 이제 잉글랜드의 호날두인가? 지난 몇 년 동안 해당 질문은 칭찬이었지만, 2024년에는 비판에 가깝다. 이제 해당 질문은 케인은 명성만으로 팀에 남았으며, 그의 감독이 어려운 결단을 내릴 용기가 부족하다는 의미다'라며 케인을 비판했다.
결승전은 이러한 비판을 뒤집을 기회였다. 하지만 케인은 이번에도 침묵하며 무관의 저주도 깨지 못했고, 활약도 없었다.
케인은 프로 데뷔 이후 출전한 역대 결승전에서 단 한 차례도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2014~2015시즌 리그컵 결승을 시작으로 2018~2019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 2020~2021 리그컵 결승, 유로 2020 결승전, 그리고 이번 유로 2024까지 5번의 토너먼트 결승에서 모두 침묵하며 '새가슴'이라는 별명을 증명하고 말았다.
한편 케인은 이날 결승전을 앞두고 토트넘 시절 동료이자 절친인 손흥민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공식 채널 영상에서 유로 2024의 우승팀을 묻는 질문에 "스페인이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난 잉글랜드 우승을 원한다. 케인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그는 잉글랜드 역대 최고의 선수다"라며 케인의 우승을 간절히 기원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바람은 케인의 부진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