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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부처 변신? 9년 사이 확 바뀐 김태형 리더십, 직접 밝힌 '젊은팀' 두산과 롯데의 차이 [인천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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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내가 자주 웃는다고?"

김태형 감독의 롯데 자이언츠 부임 첫해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첫해 목표는 가을야구 진출, 3년내 우승"을 외치고 시작했지만, 개막 이후 최고 순위는 7위다.

5월 1일까지 8승 22패 1무로 승패마진이 -14까지 추락한 시절도 있었다. 이후 젊은 타자들을 중심으로 분위기를 재편하며 6월 월간 전체 1위를 기록하는 등 경기력을 끌어올렸지만, 중위권 도약 시도는 번번이 발목을 잡히는 상황.

그래도 김태형 감독의 얼굴은 대체로 밝다. 선수들과 장난을 치거나, 환하게 웃는 얼굴로 격려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황성빈처럼 오히려 먼저 다가가서 장난을 거는 선수도 있다.

처음 지휘봉을 잡았던 2015년 두산 베어스 시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당시 김태형 감독은 10개 구단을 통틀어 가장 엄한 지도자중 한명이었다. 선수 시절부터 주장으로 팀을 휘어잡았던 존재감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사령탑 카리스마가 더해졌다. 김경문, 김성근 등 기존 사령탑들의 카리스마에 뒤지지 않았다.

선수들은 그를 피해 도망다녔다. 시선이 향하기만 해도 움찔하며 눈을 피하기 일쑤였다.

이같은 강력한 장악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리빌딩에 성공했다. 김재호 허경민 오재일 박건우 정수빈 허경민 등 젊은 선수들이 잠재력을 터뜨렸고, 양의지 역시 이 시기 장타력을 끌어올리며 국내 최고의 포수로 발돋움했다. 유희관, 장원준과 특급 외인으로 구성돼 한때 '판타스틱4'로 불렸던 선발 로테이션을 중심으로 이현승 함덕주 등이 전성기를 맞이하며 이른바 '화수분 야구'의 꽃을 피웠다.

올해 롯데도 황성빈 고승민 나승엽 윤동희 등 젊은 군필 타자들이 일제히 잠재력을 터뜨렸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손호영이 팀의 중심으로 우뚝 섰고, 진해수 최항 김상수 등 베테랑들이 불꽃을 태우고 있다. 후반기 페이스에 따라 충분히 가을야구를 노려볼 만한 상황이다.

순위는 다르지만 양상은 비슷하다.

김태형 감독의 태도는 다르다. 김태형 감독은 '전보다 웃는 모습이 많다'는 말에 "두산 처음 감독할 때는 정말 무서운 캐릭터였다. 그땐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았다"며 빙긋 웃었다.

"선수가 감독을 무서워하는 건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실책하고 삼진 먹는다고 화를 내지 않는다. 선수가 경기를 준비할 때, 또 경기 중에 해야하는 것을 하지 않았을 때 화를 내는 거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

두산 시절에도 스타일은 다르지만 황성빈처럼 주눅 들지 않는 선수가 있었다. 정수빈이다. 김태형 감독은 "정수빈은 날 무서워하지 않았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할 것만 하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

두산의 한 베테랑 선수는 김태형 감독 시절을 회상하며 "감독님 눈빛은 칼날 같았다. 그것도 지금 생각하니 그렇다는 거지, 그땐 그런 생각도 못했다"면서 "요즘 롯데에서의 모습을 보면 다른 분 같다"며 웃었다.

롯데 베테랑 정훈은 5월 타율 1할7푼2리, 6월 타율 2할9리로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10일 인천 SSG 랜더스전이 끝난 뒤 만난 정훈은 "생각이 많아지고, 잘해보려고 별짓을 다했다. 좌완투수 공도 못치면 이젠 설자리가 없다는 생각도 했다"며 속상했던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이어 "연습 끝나고 들어오는데 감독님께서 '생각이 뭐 그리 많냐. 그냥 좀 해라. 뭐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다고'라는 얘길 해주셨다. '진실의 방'은 가지 않았다. 경기 전이었기 때문에"라며 웃었다.

"그 말씀을 듣고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역시 야구는 마음이 편한 게 제일이다. 3루에 나가면 '공 제발 오지마라', '쉬운 공만 와라' 그런 기도를 한다. 하지만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마음을 느끼면, 또 그 신뢰에 보답하게 된다. 나 같은 선수는 살아 남아야 하니까…"

하지만 정훈은 '롯데 젊은 선수들은 김태형 감독을 무서워하지 않더라'는 질문을 미소로 받았다.

"야구선수는 결과가 곧 자신감이다. 지금 다들 3할 치고 있지 않나. 성적이 괜찮을 때는 그렇다. 성적이 안 떨어지는 게 좋지만, 한번 떨어져보면 (감독님이)굉장히 무섭게 느껴질 거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