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잉글랜드가 사상 첫 유로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섰다. .
잉글랜드는 11일(한국시각) 독일 도르트문트 지그날 이두나 파르트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유로2024 준결승전에서 2대1 역전승에 성공했다. 3년 전 유로2020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잉글랜드는 2회 연속 결승행에 성공했다. 사상 첫 우승에 이제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잉글랜드는 지금까지 유로 대회에 15번 참가해 단 한 차례 결승전에 진출할 정도로 이 대회 우승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최고 성적 역시 지난 대회의 준우승이었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스포츠 통계 전문사이트인 '옵타'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이번 대회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잉글랜드가 19.9%의 확률로 우승 가능성 1위를 차지했다. 잉글랜드의 뒤를 이어서는 프랑스(19.1%), 개최국 독일(12.4%) 순이었다. 각종 베팅 사이트에서도 잉글랜드는 우승 가능성 1위로 꼽혔다. 최고 성적인 준우승도 직전 대회인 유로2020에서 거머쥐었다. 초호화 멤버로 꾸려진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첫 우승에 도전했다. 해리 케인과 주드 벨링엄, 필 포든, 부카요 사카, 데클란 라이스 등 이른바 프론트6로 불리는 선수들이 선봉에 나섰다. 그 밖의 선수들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특급 스타들이었다.
하지만 4강까지 진출하고도 고구마 경기력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세르비아에 1대0 신승을 거둔데 이어, 덴마크와의 2차전에서 1대1 무승부, 3차전 슬로베니아전에서도 0대0 무승부에 그쳤다. 조 1위로 16강에 오른 잉글랜드의 다음 상대는 슬로바키아전. 잉글랜드는 전반 25분 선제골을 허용하며 끌려 다녔다. 후반 추가시간 벨링엄의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으로 가까스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잉글랜드는 연장전 케인의 역전골로 힘겹게 8강에 올랐다. 8강에서도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기어코 승리하며 우승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4강에서도 또 다시 좀비 축구가 빛을 냈다. 극적인 역전승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열린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지난 유로 대회에서는 결승에 올랐지만, 해외에서 열린 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16강에서 루마니아를 3대0으로, 8강에서 튀르키예를 2대1로 꺾고 4강에 오른 네덜란드는 우승 경쟁의 다크호스로 불렸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4강에서 집으로 돌아갔다.
잉글랜드는 3-4-3 포메이션을 꾸렸다. 케인이 최전방에 섰고, 좌우에 벨링엄-포든이 자리했다. 좌우 윙백으로 부카요 사카와 키어런 트리피어가 포진했고, 중원은 라이스와 코비 마이누가 구성했다. 스리백은 마크 게히-존 스톤스-카일 워커가 이뤘다. 골키퍼 장갑은 조던 픽포드가 꼈다.
네덜란드는 4-3-3으로 맞섰다. 코디 학포-멤피스 더파이-도니얼 말런이 스리톱을 구성했다. 중원에는 타이아니 라인데르스-사비 시몬스-예르디 쇼우턴이 자리했다. 포백은 나단 아케-버질 판 다이크-스테판 더 프라이-덴젬 둠프리스가 이뤘다. 골문은 베르트 페르브루헨가 지켰다.
네덜란드가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7분 시몬스가 라이스의 볼을 중원에서 뺏었다. 드리블 후 아크 오른쪽에서 강력한 중거리슈팅을 날렸다. 그대로 잉글랜드의 골망을 흔들었다. 잉글랜드도 반격했다. 17분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케인이 문전에서 슈팅하는 도중 둠프리스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비디오판독 후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케인이 키커로 나섰다. 페르브루헨이 방향을 읽었지만, 케인의 킥이 더 좋았다. 1-1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후 잉글랜드가 네덜란드를 밀어붙였다. 23분 포든이 특유의 드리블로 박스 안까지 들어갔다. 오른발 슈팅이 그대로 골아인을 넘는 듯 했다. 페널티킥을 내준 둠프리스가 가까스로 걷어냈다. 둠프리스는 영웅이 될 기회를 놓쳤다. 30분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를 했다. 아쉽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잉글랜드도 좋은 기회를 놓쳤다. 32분 포든이 아크 오른쪽에서 절묘한 왼발 감아차기를 시도했다. 네덜란드 골대 왼쪽 모서리를 맞고 나왔다. 34분에는 사카가 오른쪽에서 넘어온 땅볼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대로 득점이 됐지만,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후반 승부는 더욱 치열하게 전개됐다. 양 팀은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승부는 막판에서야 결정이 됐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후반 36분 케인과 포든을 빼고 올리 왓킨슨과 콜 팔머를 동시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90분 안에 승부를 내겠다는 선택이었다. 1-1로 끝날 것 같던 승부는 결국 45분 결정이 났다. 왓킨스가 팔머의 패스를 받아 박스 오른쪽에서 오른발 터닝슈팅을 날렸다.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이 되며 잉글랜드가 웃었다. 잉글랜드는 남은 시간 네덜란드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또 다시 극장승을 거머쥐었다.
잉글랜드는 점유율 60대40, 패스성공률 92대90, 슈팅수 9대6, 유효슈팅수 4대2 모든 면에서 네덜란드를 압도하며, 모처럼 90분 안에 승부를 냈다. 결승골을 만들어낸 왓킨슨은 경기 후 유럽축구연맹 기술위원이 선정하는 경기 최우수 선수에 선정됐다. 왓킨슨은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저는 마지막에 경기장에서 나오고 싶지 않다. 그만큼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이라며 "콜이 돌아서자마자 움직였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다. 나는 내가 그렇게 달콤하게 볼을 차본 적이 없다. 내가 영국과 함께 유로 대회를 함께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 순간이 오기까지 나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승장인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영국을 해외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 중 첫번째로 결승에 올린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이제 우리는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스페인을 상대로 이기기를 원한다. 힘들 것"이라며 "오는 우리가 오늘 밤 이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경기내내 뛰어났다. 우리가 네덜란드를 상대로 60%의 점유율을 가진 적이 있었나 싶다"고 웃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스페인으로부터 먼저 공을 뺏어야 한다. 그들은 매우 압박을 잘한다. 결승전인만큼, 특별한 경기력을 기대한다"고 했다.
패장인 로날드 쾨만 감독은 "결과에 실망했다. 그 경기는 매우 잘 시작되었고, 득점까지 했다. 그 후, 미드필드에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는 변화를 만들었고, 어느 정도 통제력을 되찾았았다. 마지막 20분 동안 경기가 지속 되는 듯 했지만, 마지막에 좋은 골을 허용했다. 그것이 끝이었다"고 했다.
잉글랜드는 지난 10일 프랑스를 2대1로 누른 스페인과 결승전을 치른다. 결승전은 15일 오전 4시 독일 베를린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다. 두 팀이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잉글랜드와 스페인은 총 27차례 A매치에서 붙었는데 잉글랜드가 13승 4무 10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