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또 한번 KBO리그 팀으로의 이적. 일본 독립리그 출신 투수는 새로운 성공기를 쓸 수 있을까.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부상 대체 선수로 6주간 SSG 랜더스에서 뛰었던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는 계약 기간이 끝난 후, 새로운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브랜든 와델의 부상 이탈로 대체 선수가 필요했던 두산 베어스가 시라카와를 1순위로 두고 있다. 순조롭게 계약 체결이 끝나면, 10일 오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KBO리그에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가 시행된 후 1호 사례. 그것도 두팀이나 유니폼을 한 시즌에 입게 되는 것은 대단한 케이스가 아닐 수 없다. 원 소속팀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는 시라카와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동시에, 한국에서 활약하는 그를 '리스펙트' 하는 분위기도 있다.
사실 독립리그에서는 제대로 경제 활동을 한다고 보기 힘들다. 연봉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시라카와처럼 최근에는 프로야구 도전을 위한 디딤돌로 독립리그 무대를 선택하는 선수들이 많고, 실제로 도쿠시마는 매년 일본프로야구(NPB) 신인 드래프트에서 수명씩 프로 입단 선수를 배출하는 팀이다.
시라카와는 SSG와의 계약이 끝난 지난 5일 진행한 도쿠시마 구단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KBO리그에서 느낀 점을 묻자 "모든 선수들의 공수주에 있어 수준 차이를 느꼈다. 모든 선수가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있고, 세밀한 플레이에도 능숙했다. 그냥 야구를 잘하더라. KBO리그 타자들은 힘있고 강한 인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팀 동료였던 최정에 대해 "같은 팀인 최정은 말도 안된다. 비거리 등을 포함해서 가까이서 본 선수 중에 가장 충격을 받은 타자였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어 "타자들은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 실투가 쉽게 홈런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독립리그보다 수준이 높은 타자들과 맞붙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상대하는 타자들에 대한 데이터가 세밀하게 공유되어 있고, 그 때문에 포수의 리드를 많이 따랐다. 야수들도 대담한 수비 시프트를 가동하기 때문에 빠질 것이라 생각한 타구를 아웃시킨 적도 많았다"며 '한국리그 경험기'를 들려줬다.
짧은 6주 동안 SSG팬들의 큰 사랑을 받은 시라카와는 "SNS 계정 팔로워가 1만명 정도 늘어났다"면서 "DM이나 댓글로도 많은 메시지가 오는 것을 보고 이게 빅리그구나 라는 것을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에서는 시라카와가 향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두산 구단에 한국 잔류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자신의 궁극적 목표를 일본프로야구 구단 입단이라 밝혀왔었다. 때문에 시라카와가 올해 10월에 열릴 NPB 신인 드래프트에 대비해 일본 복귀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라카와는 이에 대해 "물론 NPB에 가기 위한 스텝으로 한국에 왔다. KBO리그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한번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KBO리그에서 활약에 대해 어떤 반응인지 굳이 확인하지 않으려고 했다. 결과는 나중에 따라올 것이라고 믿고, 제 자신이 어리광 피우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시라카와의 활약상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 스스로 '정점'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던 지난해에도 같은 도쿠시마 소속 선수들은 지명을 받은 반면 시라카와는 끝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았었다. 과연 올해 KBO리그에서의 활약이 NPB 드래프트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