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이 그야말로 미쳤다. 단 한 장면, 대사 한 줄 만으로 이미 시청자의 마음을 오롯이 사로잡은 장악력을 가진 괴물 같은 신 스틸러가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친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시리즈 축제인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Blue Dragon Series Awards, 이하 BSA)가 오는 19일 오후 8시 30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개최된다. 등장만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압도적으로 장악하는 연기 장인들이 청룡시리즈어워즈에 집결, 조연상을 두고 아름다운 선의의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 은퇴설 우려까지 낳은 파격 변신
먼저 '무빙'의 김성균은 빠른 스피드와 엄청난 괴력을 가진 초능력자 이재만을 연기했다. 아들 강훈(김도훈)밖에 모르는 순수함 가득한 '아들 바보' 아빠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오면서 아빠로서 아들을 지키기 위해, 히어로로서 세상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슈퍼맨 아빠로 가슴 뭉클한 서사를 완성했다. 김성균만의 순박하지만 녹진한 부성애 연기가 압권이었던 '무빙'이었다.
'킬러들의 쇼핑몰'의 서현우 역시 올해 시청자의 마음을 빼앗은 신 스틸러다.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스나이퍼 이성조로 광기의 열연을 펼친 서현우. 깔끔하게 넘긴 장발부터 보는 이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아래쪽의 금니까지 파격 비주얼로 극의 몰입도를 200% 끌어 올렸다. 잔혹함과 유머러스함이 공존하는 '맑눈광' 열연으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들었다.
'은퇴설 밈'의 시초라고도 불리는 '마스크걸'의 안재홍도 올해 BSA 유력한 후보다. '마스크걸'에서 안재홍은 직장 동료 김모미(이한별)를 짝사랑하는 주오남으로 변신했다. 원작 웹툰을 찢고 나온 듯한 파격 비주얼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안재홍은 비주얼을 뛰어넘는 광기 열연으로 시청자의 호평을 자아냈다.
'삼식이 삼촌'의 이규형은 야망 넘치는 국회의원 강성민으로 변신, 냉정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외면과 달리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흔들리는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 시선을 끌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강성민을 예민하고 날카롭게 완성한 이규형은 인물의 심리적 불안감과 초조함을 떨리는 눈빛에 담아내고 동시에 차가운 야망까지 더하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마스크걸'의 안재홍을 위협할 '살인자ㅇ난감'의 이희준의 변신도 만만치 않다. 이희준은 '살인자ㅇ난감'에서 형사였지만 하루아침에 살인을 저지른 뒤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살인을 이어간 송촌으로 다시 한번 얼굴을 갈아 끼웠다. 비틀린 신념과 무차별적이고 흉포한 성격이 도무지 예측 불가한 송촌으로 완벽히 변신한 이희준은 시청자가 한 시도 긴장감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주요한 인물로 장면을 장악했다.
▶ 누가 받아도 이견 없는 연기 차력쇼
이보다 더 절절하고 애절할 수 없는 '무빙'의 곽선영은 장주원(류승룡)의 첫사랑이자 사별한 아내로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기존의 청순가련했던 첫사랑 재질과는 전혀 다른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화끈한 첫사랑부터 초능력을 옳지 않은 방법으로 사용했던 남편 주원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응원하는 현명한 아내로 극의 완급을 조절했다.
'킬러들의 쇼핑몰'의 금해나는 극 중 주인공 정지안(김혜준)을 지키는 S급 킬러 소민혜 역을 맡아 시선을 사로잡았다. 똑단발의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등판한 금해나는 중국 동포 발음이 섞인 독특한 말투부터 고난도 액션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시청자의 눈도장을 찍었다. 화려한 액션을 완벽히 소화한 금해나는 '한국의 안젤리나 졸리'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금빛 활약을 펼쳤다.
두말하면 입 아픈 연기 장인 염혜란의 파격 변신도 올해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마스크걸'의 염혜란은 아들 주오남(안재홍)이 삶의 전부인 자식 바라기 엄마 김경자 그 자체가 됐다. 행방불명된 아들을 찾기 위해 끈질긴 추적을 시작하는 김경자는 염혜란의 섬세한 연기를 통해 입체감 있는 캐릭터로 재탄생됐다. 피해자에서 빌런으로 뒤바뀐 삶을 살아가며 그악스러운 광기를 펼친 염혜란은 '연기 차력쇼'라고 불릴 정도로 올해 최고의 열연을 펼쳤다.
'더 에이트 쇼(The 8 Show)'의 이주영도 발군의 연기력으로 시청자의 가슴 깊이 잔상을 남겼다. 이주영은 '더 에이트 쇼'에서 약자를 향한 측은지심과 강자에 맞서는 정의로움을 탑재한 걸크러시 '2층'으로 한 축을 담당했다. 거구의 남성도 제압할 수 있는 화려한 싸움 실력을 가진 '2층'은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는 '1층'(배성우)을 향한 연민을 보이며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 '정의캐'를 이주영만의 매력으로 우직하고 덤덤하게 그려냈다.
연기돌의 한계를 뛰어넘은 '삼식이 삼촌'의 티파니영도 빠질 수 없다. 극 중 올브라이트 재단 이사의 여동생이자 목적을 가지고 김산(변요한)에게 접근하는 레이첼 정으로 첫 OTT 시리즈 연기에 나섰다. 우연을 계기로 만나게 된 김산과의 관계성을 표현함에 있어 적극적으로 다가가며 다양한 등장인물과의 각양각색 케미스트리를 펼친 티파니는 마성의 캐릭터로 등극, '복어 같은 여자'로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다.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