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초강력 '투고타저' 시대라고 해도, 센트럴리그 투수 기록을 보면 입이 벌어진다. 전체 시즌 일정의 절반을 넘었는데 평균자책점 1점대를 유지하고 있는 선수가 7명이나 된다. 히로시마 카프 우완 오세라 다이치는 심지어 0.94를 기록 중이다. 13경기에 선발등판해 86이닝을 던지면서 '노히트 노런'을 포함해 두 차례 완투를 했다. 6월에 선발로 나선 4경기에서 29⅓이닝 무실점을 마크했다.
사이키 히로토(한신 타이거즈)가 1.11, 모리시타 마사토(히로시마)가 1.41로 뒤를 잇는다. 야마사키 이오리(요미우리 자이언츠·1.61), 도코타 히로키(히로시마·1.66), 오가사와라 신노스케(주니치 드래곤즈·1.94), 아즈마 가쓰키(요코하마 베이스타즈·1.96)가 4~7위에 자리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 좌완 리반 모이넬로가 1.61을 기록,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다. 소프트뱅크 입단 8년차인 모이넬로는 올시즌 구원투수에서 선발로 전환했다.
전반기에 이미 두 차례 '노히트 노런'이 나왔다. 오세라보다 먼저 요미우리 자이언츠 에이스 도고 쇼세이가 대기록을 달성했다.
반면 홈런이 급감했다.
지난해 요미우리는 양 리그 최다인 164홈런을 쳤다. 그런데 올해는 79경기에서 44개를 때렸다. 지난해 경기당 1.15개에서 0.56개로 줄었다. 지난해 절반 수준이다. 대다수 구단이 비슷하다. 오릭스 버팔로즈는 0.39개, 세이부 라이온즈는 0.42개를 기록 중이다.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15개를 때려 센트럴리그 이 부문 1위다. 퍼시픽리그에선 소프트뱅크 곤도 겐스케와 야마카와 호타카가 나란히 13개를 쳐 1위다. 양 리그 각각 3할 타자가 2명이다.
역대급 '타저'에 일본야구기구(NPB)는 공인구(통일구) 반발력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다. 반발계수가 허용치 안에 있다고 설명한다. 팽팽한 투수전도 흥미롭지만, 점수가 안 나는 경기는 답답하다. 이렇다 보니 계속해서 '날지 않는 공인구' 얘기가 나온다.
일본의 두 원로 야구인이 '투고타저'를 상반된 시각으로 진단했다.
나카하타 기요시 전 요코하마 감독(70)은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을 통해 'TV 중계나 경기장 중계 부스에서 보면, 홈런이라고 생각한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공인구의 반발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22년 56홈런을 친 무라카미 등 일부 선수가 시즌 초부터 제기했던 부분이다.
요미우리 4번 타자 출신인 나카하타 전 감독은 아테네올림픽 일본대표팀 감독대행, 요코하마 사령탑을 지냈다.
NPB가 공인구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가운데, 나카하타 전 감독은 습도 등 보관 방법에 따라 공의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인구가 이상하고 생각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다"라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야구의 꽃인 홈런에 대한 아쉬움을 얘기한 나카하타 전 감독은 NPB에 조속히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공인구를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반발력 조사 시기, 보관 방법 등에 관해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수로 세 차례 타격 3관왕에 올랐던 오치아이 히로미쓰 전 주니치 감독(71)은 지난 주말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홈런 수가 줄고 타율이 낮아진 건 공인구와 상관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타자와 투수의 기술이 모두 좋아졌는데 투수력이 더 빨리 성장했다고 해석했다. 타자들의 기술이 투수를 따라가지 못한 게 '투고타저'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선수로 뛸 때는 시속 140km를 넘으면 빠르다고 했는데, 요즘은 150km가 흔해졌다. 예전에는 횡으로 변화하는 구종이 주류였는데 요즘 투수들은 빠른 공과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로 타자를 상대한다"고 했다.
한국프로야구와 완전히 다른 흐름이다. 일본야구보다 일주일 먼저 개막한 KBO리그는 8일 현재 3할 타자가 20명, 20홈런을 넘은 타자가 6명이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이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 이 부문 톱이다.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투수가 두 명뿐이다.
강력한 '투고타저'가 일본프로야구를 뒤흔들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