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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에 설레는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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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삼성전자가 '춤'을 춰야, 한국 증시 분위기가 따라서 밝아진다는 공식이 이번에도 통했다.

삼성전자의 시가 총액이 2위인 SK하이닉스의 3배나 되며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삼성전자가 올 2분기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역시 이날 장중 8만 86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넘어 지난 3년 중 최고가를 찍으며 9만원은 물론 액면 분할 이후 처음으로 10만원도 얼마든 넘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8일에는 8만 7400원으로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 52주 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증권업계는 D램 등 범용 메모리의 판매가 상승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목표가를 최대 12만원까지 제시한 상황이다. 지난해는 이차전지, 올해 중반까지는 AI(인공지능)가 대표적인 '테마'였다면 올 하반기부터는 AI 시장 확대로 고부가 메모리 판매가 증가하면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와 함께 다시 반도체로 증시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올 하반기로 예정된 글로벌 금리 인하와 맞물리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국내 증시도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삼성전자는 2분기 74조원의 매출에 10조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로 각각 23.31%와 1452.24%나 증가한 것으로,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8조 2000억원대였던 시장 전망치를 큰 폭으로 웃도는 '깜짝 실적'이다. 또 지난 2022년 3분기 이후 무려 7개 분기만에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으며 반도체 업황이 완연한 회복세임을 보여준 것이 증시에는 실적만큼이나 긍정적인 청신호가 됐다.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을 당초 예상한 4조∼5조원대를 뛰어넘는 6조원대로 증권가에서는 추산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일제히 삼성전자의 목표가와 실적 추정치를 올려 잡았다. 유진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이 11만원, 하나증권이 11만 7000원,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12만원까지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기존의 12만원을 유지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아닌 메모리 반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선 범용 메모리(DDR5, LPDDR5X) 중심의 D램, 낸드 가격 상승이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범용 D램 매출 비중은 연말로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연간 영업이익을 44조원, 60조원으로 상향 제시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D램, 낸드 모두 가격 상승세를 지속하며 실적 증가에 기여했고,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을 줄이면서 DS 부문 전체가 전사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했다"고 분석했고,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의 급상승으로 1분기 말 쌓여있던 재고 손실 충당금 5조 5000억원 중 일부가 환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와 내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44조 5000억원, 66조 1000억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HBM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진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며, 삼성전자가 예전과 같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려면 D램 등의 판가 상승을 넘어 궁극적으로 HBM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 성과 차이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영업이익률이 SK하이닉스에 뒤지기 시작했으며, 밸류에이션(가치평가)에서도 SK하이닉스와 현격한 차이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대폭 상회했으나 매출액은 시장 기대 수준으로 발표됐다. 이는 주로 메모리 판가 상승에 기반한 DS 실적 개선에 따른 것"이라며 "결국 실적이 매출 증대가 아닌 비용절감 또는 충당금 환입 등 비용 요인에 기반했을 것이라는 회계적 해석도 가능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