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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외인 충돌 벤클' 앤더슨의 분노, 박한결 '빠던'이 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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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배트플립의 언짢은 감정이 남아있었던 걸까. 감정의 앙금이 결국 벤치클리어링을 만들었다.

4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 9회까지 0-0으로 승패를 가리지 못한 두팀은 연장 승부에 접어들었다. '문제의 장면'은 10회말에 나왔다. SSG 벤치는 선발 요원 드류 앤더슨을 마운드에 올렸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만큼 총동원해 이기겠다는 의지였다.

앤더슨은 10회말 3명의 타자를 삼진-삼진-삼진으로 잡으면서 이닝을 완벽하게 끝냈지만, 그 과정에서 NC 외국인 선수들과 충돌이 있었다. 앤더슨은 첫 타자 김성욱을 삼진으로 처리한 직후 화가난 표정으로 타자쪽을 바라보며 비속어를 했다. 영어를 곧바로 알아들은 NC 벤치에 있던 카일 하트와 다니엘 카스타노가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큰소리로 비난을 하면서 신경전이 펼쳐졌다. 하트를 향해 "FXXX you"라며 욕설을 뱉은 앤더슨은 이후 2명의 타자를 더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이후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하트가 분노를 참지 못하면서 욕설을 섞어 "여기서 떠나라"는 비난을 하자, SSG 선수들과 이숭용 감독이 흥분해서 그라운드로 나왔다. 다행히 벤치클리어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고, 서로 감정을 추스르며 각자 벤치로 돌아간 후 경기는 계속 됐다.

사실 경기 도중 투수가 위기를 벗어났을 때나 스스로 감정이 고취된 순간에 욕설을 하는 경우는 국내 투수들 중에도 종종 있고, 외국인 투수에게도 더러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트도 이를 모르지 않았을 터. 하트도 프로의 냉철함을 잃고 감정적으로 투구 중인 투수에게 방해가 되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잘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근원적 의문은 앤더슨이 왜 '굳이' 삼진을 잡은 후 욕설을 했는가다.

앤더슨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요인을 찾아보면 지난 6월 23일 인천 NC전에서 기분이 나빴을만 한 장면이 있었다. 이날 앤더슨은 NC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고, 3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SSG는 4-0으로 이기고 있던 상황. 4회초 선두타자 데이비슨에게 안타를 맞은 앤더슨은 5번타자 박한결과의 승부에서 2구째 132km 커터를 던져 추격의 좌월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그런데 이때 박한결의 배트플립, 일명 '빠던'이 유독 화려했다. 역전 홈런이나 끝내기 홈런 상황도 아닌데 홈런 타구를 천천히 바라보면서 배트를 상대 더그아웃쪽을 향해 던지듯이 날리고는 다시 천천히 1루를 향해 뛰어갔다.

투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빴을 수 있는 상황. 특히 메이저리그에서는 배트플립을 비매너로 간주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뛰었고, 처음 KBO리그에 온 앤더슨은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투구를 계속 했지만 그후 앤더슨은 5회에 데이비슨을 상대해 동점 투런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그날 SSG는 6대18로 참패를 당했다.

물론 상대가 박한결이 아닌 김성욱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앤더슨 역시 불필요하게 오해를 살만 한 행동을 한 것도 맞다. 팀이 NC를 만나면 유독 힘을 쓰지 못해 상대 전적이 크게 밀려있는 상황에서의 승부욕. 그리고 NC전에서 남아있던 개인적인 앙금이 함께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