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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51홈런, 저지 60홈런 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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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뜨거운 홈런 경쟁이 벌어진 시즌은 1998년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크 맥과이어와 시카고 컵스 새미 소사가 시즌 막판까지 자존심을 건 대포 경쟁을 벌이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거포 모두 그때까지 메이저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인 로저 매리스의 61홈런을 넘어설 수 있는 폭발적인 페이스를 보여 뜨거운 이슈가 됐다.

한여름에 들어서면서 시작된 둘의 홈런 싸움은 혼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맥과이어가 대부분 앞서 나가는 형국이 지속되면서도 소사가 1~2개차로 맹추격하니 팬들 입장에서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당시 미국 스포츠뉴스의 톱기사는 언제나 두 선수의 홈런 소식이었고, 9월 이후에는 이들의 역사적인 홈런볼을 잡기 위한 팬들 사이에 이색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내셔널리그(NL) 홈런 타이틀은 70개를 친 맥과이어가 66개에 머문 소사를 누르고 가져갔다. 맥과이어가 매리스의 기록을 경신한 장면도 참으로 역사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볼 만한 홈런 경쟁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가 아메리칸리그(AL)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우면서 모처럼 전 미국 대륙을 달궜지만, 경쟁자가 없었다는 건 아쉬움으로 남았다.

염려스러운 건 앞으로도 홈런과 관련해 팬들의 시선을 끌어모을 만한 이벤트가 별로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한 시즌 최다 기록과 같은 이슈는 더 이상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AL의 62홈런, NL의 73홈런 모두 쉽게 깨질 숫자들이 아니다. 약물로 얼룩진 73홈런은 차치하고, 저지가 매리스의 61홈런을 바꾸는데는 무려 61년이 걸렸다.

그러나 슈퍼스타 간 경쟁 체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시대 최고의 거포로 우뚝 선 저지에 도전장을 던진 사나이가 나타났다. 바로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다.

4일(한국시각) 현재 저지가 32홈런으로 AL 1위, 오타니가 27홈런으로 NL 1위다. 둘 다 리그 2위 선수들에 6개 차로 앞서 있어 압도적이다. 5월 이후 대포에 불이 붙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6월 이후에는 저지가 14개, 오타니가 13개를 날렸다. 홈런 타이틀을 중심으로 보면 둘은 1998년 맥과이어와 소사처럼 경쟁 관계가 아니다. 개인 타이틀은 AL과 NL이 엄격히 구분해 시상하기 때문이다. AL 홈런왕과 NL 홈런왕이 함께 빛이 나는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1등을 따지기를 좋아한다. 한 리그 홈런왕이 다른 리그 홈런왕보다 더 많은 아치를 그렸다면 더 오래 기억되고 더 높이 평가받는다. 1998년 AL 홈런왕이 '겨우' 56개를 친 시애틀 매리너스 켄 그리피 주니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타니는 이미 파워 히터로 자리매김했다. 그가 저지에 도전장을 던졌다는 자체가 새삼스럽다. 오타니는 2021년 같은 AL에 있으면서 저지보다 많은 46홈런을 쳤다. 2022년 저지가 62홈런을 치는 동안 오타니는 34홈런으로 경쟁 상대가 안 됐지만,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2개월을 빠진 저지를 제치고 44개로 AL 홈런왕에 올랐다.

올해는 다시 저지가 앞서가며 오타니를 따돌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면 저지는 60홈런, 오타니는 51홈런이 가능하다. 그러나 홈런 레이스는 7~8월 무더위와의 싸움이다.

둘의 홈런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양 리그 동반 트리플크라운 MVP 탄생도 기대해 볼 만하다. 저지는 AL 홈런과 타점(83) 1위, 타율(0.318) 2위다. 오타니는 NL 타율(0.319)과 홈런 1위이고, 타점(64)은 3위다. 타점 부문서는 1위 필라델피아 필리스 알렉 봄(70)에 6개차로 접근했다.

홈런왕은 리그를 구분하지 않는다. 홈런 1위의 영예가 어디로 갈지는 몰라도 오타니가 저지와의 격차를 좁힐수록 맥과이어-소사 이후 최고의 홈런 레이스로 역사에 남을 공산이 크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