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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이정효 감독 패싱, 감독도 모르게 진행한 엄지성 이적 협상→대리인 독점권[단독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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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충격이다. 감독도 알지 못한 이적 협상이 있었다. 광주FC가 엄지성을 스완지 시티(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로 보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광주 복수의 직원이 이정효 감독을 배제한 채 이적을 추진한 사실이 드러났다.

광주는 3일 '엄지성이 광주를 떠나 스완지 시티로 향한다. 엄지성의 활약을 지켜본 스완지 시티는 적극적 영입 의사를 드러내 왔다. 구단은 선수의 미래에 초점을 맞춰 협상을 진행했고 이적을 확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엄지성의 이적설은 지난 며칠 K리그를 들썩였다. 그는 지난달 스완지 시티의 오퍼를 받았다. 루크 윌리엄스 스완지 시티 감독이 그를 강하게 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엄지성도 해외 진출이 간절했다. 그는 줄곧 유럽 진출을 꿈꿔왔다. 특히 군입대를 앞둔 만큼 이번 '러브콜'을 유럽 진출의 마지막 기회로 생각했다.

이 감독은 지난달 30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엄지성을 완전 제외했다. 이 감독은 "선수도 해외 진출하는데 부상이라도 있을까봐 과감하게 뺐다"고 했다. 사실상 엄지성의 이적을 염두, '전력 외 선수'로 둔 것이다. 하지만 광주와 스완지 시티의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구단 관계자는 "큰 틀에선 이적을 전제로 협상 중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적료 및 옵션 등 조율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의 답답한 행보에 비난이 쏟아졌다.

이유가 있었다. 광주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을 통해 "당초 이 감독은 엄지성 이적에 대해 알지 못했다. 복수의 구단 직원이 이 감독을 배제한 채 노동일 광주 대표를 직접 찾아가 협상을 추진했다. 초기 이적료는 정확히 70만 달러(약 9억7000만원)였다. 엄지성 선수와의 계약 기간이 1년 6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며 오퍼가 왔을 때 빨리 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 대표는 이 감독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 상황을 논의했다. 이 감독은 그제야 엄지성 이적 내용을 알게 됐다"고 귀띔했다.

이 감독은 크게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엄지성은 광주의 자산이다. 그것도 광주 유스팀인 금호고 출신이다. 지난 2021년 프로 합류 뒤 핵심으로 활약했다. 2022년엔 광주의 K리그2 우승 및 K리그1 승격에 앞장섰다. 2022시즌 K리그2 베스트 11에 오르고,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3년엔 광주 구단 역사상 K리그1 최고 순위인 3위를 차지하는 데 힘을 썼다. 올 시즌도 핵심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구단에서는 팀의 핵심을 고작 70만 달러 '헐값'에 팔려고 한 것이다. 더욱이 광주는 재정건전화 위반으로 엄지성 대체자를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놀라운 일은 더 있었다. 이 감독을 배제한 채 이적을 추진했던 복수의 직원은 특정 에이전트에게 '엄지성 독점권'을 줬다. 광주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엄지성의 이적료가 70만 달러에 책정된 이유가 있었다. 6월 중순이었다. 그 복수의 직원이 노 대표도 모르게 특정 에이전트에게 독점권을 줬다. 구단이 아닌 개인을 위한 행동이었다. 엄지성을 가지고 흥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뒤늦게 모든 상황을 파악한 광주는 스완지 시티와의 '직접 협상'을 시도했다. 영국 현지 에이전트도 '스완지 시티가 애초 책정한 금액이 훨씬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엄지성이 스완지 시티 뿐만 아니라 리즈 등 복수의 챔피언십 팀들이 지켜보는 등 시장의 관심이 아주 뜨겁다'고 전했다. 광주는 스완지 시티에 이메일로 직접 협상을 요청했고, 미팅을 빠르게 추진했다. 하지만 신임 선수운영팀장이 영국으로 건너가기 직전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감독이 "일부 어른의 잘못에 왜 선수가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상황을 중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선수의 꿈과 미래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뜻을 모은 것이다.

3일 오후, 양 구단 수뇌부가 화상 회의로 관련 상황을 정리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엄지성 이적이 확정됐다. 하지만 이적 과정에서 이 감독이 배제되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엄지성 관련 질문에 말을 아낀 이유가 명확해졌다. 광주는 엄지성의 현재 몸값을 최소 150만 달러(약 20억8000만원)로 책정하고도 120만 달러(약 16억6000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축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초기 이적료 설정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더 이상 올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광주엔 엄지성을 비롯해 정호연 허율 등 타 구단의 '러브콜'을 받는 선수가 즐비하다. 구단 내부적으론 '제2의 엄지성 사태'가 발생하면 안된다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구단의 아마추어 행정이 '이정효 매직'을 후퇴시키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