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빛의 그저, 빛> K팝의 글로벌 위상이 빛나는 지금, 정빛 기자가 반드시 비추어 보아야 할 K팝 스타를 환하게 조명합니다.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오디션 명가' 엠넷이 배출한 인기 K팝 아이돌 이름에는 모두 '1(one)'이 의미나 시각적으로 들어가 있다. 아이오아이(I.O.I), 워너원(Wanna One), 아이즈원(IZ*ONE), 엑스원(X1), 케플러(Kep1er),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
지금은 일련의 사태로 프로그램이 사라졌지만, 이 프로젝트 그룹을 탄생시킨 기원에는 '프로듀스 101' 시리즈가 있었다. 이에 '프로듀스 101'이라는 프로그램명으로 팀명에도 '1'이 들어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걸스플래닛999: 소녀대전', '보이즈 플래닛'으로 바뀐 이후에도, '1'이 들어간 팀명의 역사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가 하면, '1'이 강조된 또 다른 이유도 있어 보인다. 이들 그룹은 모두 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 기한이 정해져 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약 2년 6개월 정도, 한창 정들었을 때 헤어져야 하는 것. 이른바 '시한부 그룹'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팀명에 '1'이 들어간 것은, 활동이 종료한 이후에도 멤버들과 팬들이 영원히 하나라는 의미로 읽혀진다. 이들 팀명의 '1'은 이별 후 아쉬움을 달래는 위로이자, 뿔뿔이 흩어졌음에도 여전히 끈끈한 연대임을 추억하게 하는 힘이다.
그런데 케플러의 '1'은 의미가 또 다르다. 이별이지만 이별이 아니기 때문. 2022년 1월 데뷔한 케플러는 당초 오는 7월에 활동이 종료되지만,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파생된 프로젝트 그룹 최초로 활동 기한을 연장했다. 그러나 완전체로는 이번 정규 1집 활동이 마지막이었다. 케플러로 활동 중인 최유진, 샤오팅, 김채현, 김다연, 히카루, 휴닝바히에, 서영은과 그룹 활동 연장을 위한 재계약에 합의, 7인 체제로 국내외 활동을 이어간다. 다만 마시로와 강예서는 2년 6개월 간의 케플러 활동을 마치고, 본 소속사 143엔터테인먼트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멤버들이 각자 흩어져 케플러라는 팀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9인조에서 7인조가 됐다. 이것이 케플러 팀명의 '1'이 조금 달리 보이는 까닭이다. 마시로와 강예서는 물론, 활동을 이어가는 멤버들도 여전히 '하나'라는 것을 강조한 바다. 강예서는 지난달 정규 1집 쇼케이스에서 "저희는 항상 아홉 명의 자매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라며 울먹였고, 김채현도 "아홉 명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계속할 것이고, 자매처럼 좋은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최근 엠넷 오디션 출신의 프로젝트 그룹 활동 후, 각자 근황을 살펴보면 양극화 현상이 감지된다.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지만 각자 원소속사로 돌아간 후에는 프로젝트 그룹 활동 당시 명성이나 파급력을 떨치지 못해, 새롭게 재데뷔한 그룹이 해체되는 일이 있었다. 아이오아이 출신 멤버들의 프리스틴, 구구단, 다이아, 위키미키가 그러하다. 반면 아이즈원 출신 멤버들의 르세라핌, 아이브 등은 'K팝 4세대 대표 걸그룹'으로 글로벌 차트를 호령 중이다.
케플러가 원래 계약대로 이번에 헤어졌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이오아이 길을 따르냐, 아이즈원 길을 따르냐. 업계에서는 케플러의 활동 기한 연장은 탁월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오아이 멤버들은 기존 팀의 이미지가 강해 새로운 팀에 몰입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을 지적하고, 아이즈원 멤버들은 새로운 팀에서 기존 팀과의 색깔을 완전 바꿨기에 아이즈원의 인지도만 영리하게 업고 갈 수 있다는 점을 함께 거론하고 있다.
사실 케플러의 경우는 분명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아이오아이나 아이즈원 활동 당시만큼의 인지도나 파급력에 비해서는 다소 부족하다. 팀 활동을 조금 더 유지해, 멤버들 각자 이름과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지금 살짝 불투명한 위치를 더 확실하고 뚜렷하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
물론 데뷔곡 '와다다'로 데뷔 12일 만에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고, 당시 K팝 걸그룹 데뷔곡 역대 최단기간 일본 레코드협회 골드 인증을 받는 등 성과가 좋았다. 지난 3월 일본에서 개최한 첫 팬콘서트는 3만여 관객을 운집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러한 상황에서 7인조 케플러는 재계약 성공을 더 탄력받아 높이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강예서와 마시로도 케플러 지금의 인지도를 도움받을 수 있고, 다시 신선한 매력으로 새로운 팀에 집중하기도 좋다. 팀을 지킨 멤버들이나, 팀을 떠나는 멤버들 모두에게 '윈윈'인 셈이다.
케플러는 지난 6월 30일 SBS '인기가요' 무대를 끝으로 정규 1집 활동을 마쳤다. 이번 앨범은 발매 이후 13개 국가 및 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상위권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타이틀곡 '슈팅스타'로 음악 방송 1위에 오르며 인기를 입증했다. 또 '슈팅스타' 뮤직비디오는 공개 이후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및 인기 급상승 음악에 이름을 올리는 등 글로벌 영향력을 드러낸 바다. 이어 오는 13일~15일 일본 K-아레나 요코하마에서 9인조 마지막 콘서트를 열고, 현지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현 시점의 케플러는 마지막 인사를 고하면서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에 서있다. 9인조 마지막 앨범명 'Kep1going On(켑원고잉 온)', 보면 볼수록 '케플러의 킵 고잉 온'을 떠올린다. '킵고잉'한 7인조 케플러와 새 출발하는 두 멤버의 향후에 팬들의 기대가 모인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