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손흥민(32)과 재계약 안 하려는 이유, 결국 나이 때문인가.
토트넘 홋스퍼와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팀 운영 기조가 윤곽을 드러냈다.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는 18세 선수를 4000만파운드(약 703억원)에 하이재킹(가로채기)해 계약하는 과정에서 토트넘이 어떤 방식으로 선수단을 개편하고 싶은 지가 나와있다.
결국은 젊고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로 스쿼드를 싹 물갈이하려는 것이다. 지난 시즌 팀의 '캡틴'으로 리그 최정상급 실력을 보여준 팀의 상징과 같은 손흥민에 대해 재계약이 아닌 '계약기간 연장옵션'을 사용하려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30대 초반 아시아인 선수에게 장기 계약을 제시하느니 그 자본으로 차라리 20대 잉글랜드 출신 유망주들을 끌어 모으겠다는 포부다. 현재 토트넘 이적설이 나오는 선수 중에서 손흥민 또래거나 나이가 많은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당연히 아시아계 선수도 없다.
토트넘 구단은 지난 2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챔피언십(2부리그) 리즈 유나이티드의 성골 유스 출신인 아치 그레이의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무려 6년. 2030년까지 토트넘 소속이다.
게다가 토트넘은 이적료로 4000만파운드를 쏟아부었다. 아무리 특급 재능을 지녔다고 해도 불과 18세 선수의 영입에 4000만파운드를 투자하는 건 보기 드문 일이다. 과거 손흥민을 데려올 때 지급했던 이적료는 2200만파운드에 불과했다. 그레이의 가치를 손흥민보다 훨씬 높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원래 그레이는 토트넘이 아닌 브렌트포드에 입단할 것으로 보였다. 브렌트포드가 매우 적극적으로 영입을 추진했고, 그레이와의 개인 합의에 이어 리즈 구단과도 협의를 마쳤다. 지난 1일까지의 상황이다. 그레이는 메디컬테스트만 마치면 브렌트포드 유니폼을 입는 것이었다. 이적료는 3500만파운드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불과 하루도 안돼 상황이 돌변했다. 메디컬테스트를 앞두고 그레이는 브렌트포드행을 거부했고, 마침 리즈 구단 역시 브렌트포드의 이적료 지불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며 '판을 엎었'다. 그레이가 일시적으로 공중에 뜬 상황이 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토트넘이 뛰어들었다.
이후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일부러 그렇게 판을 짜놨다고 의심이 들 정도다. 채 하루도 안 지나 그레이는 토트넘 공식 입단을 발표했다. 등번호 14번도 받았다.
그레이는 앞으로 토트넘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전망이다. 영국 풋볼 런던은 "그레이는 다재다능한 능력으로 공격과 수비 박스투박스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해냈다. 미드필더와 라이트백에서 모두 뛸수 있다"며 "토트넘에서 인버티드 라이트백 후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뛰어난 빌드업 능력과 멀티포지션 소화능력 덕분에 팀의 중앙 또는 후방에서 공수를 조율하고, 팀을 받치는 역할을 주로 하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