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파리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이 목표입니다. 시상대에 선다면 (신)유빈이가 시키는 거 다해야죠.!"(임종훈)
파리올림픽 12년 만의 메달에 도전하는 신유빈(대한항공)-임종훈(한국거래소)조가 금빛 자신감을 전했다.
임종훈-신유빈조는 29일 충북 진천 이월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환한 미소로 취재진을 마주했다. 파리올림픽 혼합복식 2번 시드를 목표로, 1년 가까이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중국,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나이지리아까지 전세계를 누비며 쉼없이 달려온 복식조라고 믿기 힘든 생생한 텐션이 감지됐다.
임종훈-신유빈조는 지난 22일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컨텐더 라고스 혼합복식 결승에서 우승하며 2번 시드 수성에 파란불을 켰다. 최대 라이벌 일본 하리모토 도모카즈-히야타 하나 조와의 '2번 전쟁'서 승리하기 위해 우승이 반드시 필요한 대회였다. 혼합복식은 '절대 1강' 중국의 유일한 빈틈, 비중국 팀들에겐 희망이다. 2021년 도쿄올림픽 때 정식종목이 된 후 일본 미즈타니 준-이토 미마조가 중국조를 꺾고 우승했다. 일본이 2연패 도전을 선언했고, 2012년 런던 이후 메달이 끊긴 한국 탁구 역시 임종훈-신유빈조를 내세워 사활을 걸었다. '1번 시드' 중국을 결승까지 피해 메달 가능성을 높이려면 2번 시드 확보는 필수. '세계 2위' 신-임조는 싱가포르스매시, WTT컨텐더 리우에서 '세계 3위' 하리모토-하야타조에 2연승했지만 6월 WTT 컨텐더 자그레브, 스타컨텐더 류블랴나 결승에서 일본조에 2연패하며 점수차가 줄었다.
급기야 아프리카 나이지리아까지 날아갔고, 우승 미션을 완수했다. 우승 직후 임종훈은 뜨겁게 포효했다. 신유빈은 "종훈이 오빠가 아무렇지 않아보여서 나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기고 나서 소리를 지르기에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임종훈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하나 해냈다는 생각에 기뻤다. 일본조와 직접 붙어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져선 안될 대회를 잡는 것 역시 중요했다"고 돌아봤다. 400포인트를 적립했다. 하지만 2번 시드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일본조도 질세라 30일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진행중인 WTT 컨텐더 튀니스 혼합복식 결승에 올랐다. 크리스티안 칼손-크리스티나 칼스버그조(스웨덴)를 상대로 3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일본이 준우승할 경우 한국의 2번 시드는 사실상 확정이지만, 일본이 우승해 한국과 나란히 400점을 적립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양팀의 점수차가 210점으로 줄어들고, 7월 2~7일 태국서 열리는 WTT스타컨텐더 방콕에서 2번 시드가 결정된다. 일본조가 결승에 진출할 경우 한국조도 반드시 결승에 올라야 2번 시드를 지킬 수 있다.
임종훈-신유빈조는 1일 마지막 방콕 대회 출국을 앞두고 이날 인터뷰에 응했다. 절체절명의 승부 속에도 에너지가 넘쳤다. 임종훈은 "탁구를 시작한 지 20년 만의 첫 올림픽에 모든 것을 걸었다"고 했다. 신유빈에게 파리올림픽은 도쿄에 이은 두 번째 도전이다. 임종훈은 "혼합복식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다. 유빈이와 함께 하면서 실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성적으로도 증명이 되고 있고 자신감이 점점 생긴다"며 미소 지었다. 신유빈 역시 "복식은 많이 할수록 잘 맞는다. 2022년부터 종훈오빠와 서로 맞춰가면서 우리가 잘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다. 늘 오빠를 믿고 공을 보낸다"며 단단한 신뢰를 전했다.
신유빈은 파리올림픽 목표를 묻는 질문에 서슴없이 "전종목 메달!"을 외쳤다. 대한민국 톱랭커 신유빈은 파리에서 여자단식, 단체전, 혼합복식 등 전종목에 나선다. "전종목 출전의 기회가 왔다. 올림픽에 한번 나가기도 힘든데 많은 경기를 하는 건 정말 운이 좋다. 모든 종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 눈을 반짝였다.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일단 목표는 높게!"라며 생긋 웃었다.
임종훈은 "혼합복식서 메달권에 진입하고 중국을 이겨보고 싶다. 금메달도 생각하고 있다. 단체전도 멤버(장우진, 임종훈, 조대성)가 확정됐다. 매경기 비중국권 선수에게 절대 지지않겠다는 각오로 메달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식 파트너의 장점에 대해 신유빈은 "오빠는 화를 안낸다. 혼도 안낸다. 화낼 만한데 같이 슬퍼하는 정도? 경기가 잘 안풀린 날도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한다"고 답했다. 임종훈은 "유빈이는 남자선수만큼 뭐든 해낼 능력이 있다. 늘 믿기 때문에 혼내거나 화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2번 시드 마지막 도전' 방콕행을 앞두고 임종훈은 "유빈이에게도 말했는데 2번 시드도 중요하고 우리는 2번 시드를 딸 거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상대의 기를 꺾고 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상대를 당황시킬 작전을 올림픽 전에 한번 써볼까도 생각중"이라는 귀띔에 신유빈이 "비밀!"이라며 파트너 임종훈의 입을 막았다.
신유빈은 일본조와의 치열한 시드 경쟁에 대해 "재미있다. 경쟁하는 게 즐겁다"며 미소 지었다. "2번 시드도 중요하지만 경기력이 중요하다. 그래야 올림픽에서 잘할 수 있다. 올림픽에서 우리 스스로 마음에 드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혼합복식 금메달을 위해선 시드도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파리에서 만리장성을 넘는 일. '중국 최강' 왕추친-쑨잉샤를 넘을 비책이 있을까. 임종훈은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100% 120%를 해냈다. 그때보다 유빈이의 볼도 더 세졌고, 힘이 붙었고, 팀워크도 더 좋아졌다. 한단계 올라섰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다. 작전수행 능력에서 충분히 맞부딪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신유빈 역시 "안되는 건 없기 때문에 오빠랑 함께 노력해온 만큼 좋은 경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전세계를 도는 강행군 속에 최근 3년간 고향 대전 집에 간 기억조차 없다는 임종훈은 올림픽 메달에 모든 걸 걸었다. "각성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한달도 안남았다. 죽더라도 시합 끝나고 메달 따고 죽자는 생각이다. 계속 얼마 안남았다. 좀더 힘내자를 되뇌이고 있다"고 했다. "힘든 티를 안내려 노력중이다. 유빈이도 어려서인지 아직 힘이 남아돌아보인다"며 웃었다. 신유빈은 "(힘든 건)그냥 일상이다. 처음엔 많이 힘들 것 같았는데 막상 다니니까 괜찮고 안아프고 기분도 좋다. 힘듦은 이미 넘어섰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신유빈과 임종훈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혼합복식 동메달 후 K-볼하트 세리머니로 화제가 됐다. '츤데레(무뚝뚝한 듯하나 실은 다정한 사람을 뜻하는 은어)' 선배 임종훈이 깜찍한 후배 신유빈의 세리머니 요청에 못이기는 척 응했다. 파리올림픽 세리머니 이야기에 임종훈은 "앞구르기도 할 수 있다. 메달만 딴다면, 뭐든 다한다. 유빈이가 시키면 뭐든 다 할 수 있다. 신체적으로 안되는 것 아니면 다 하겠다"고 공약했다. 장난기가 발동한 신유빈이 "그럼 목말 태워달라고 해야지!"라며 활짝 웃었다.
마지막 질문은 '올림픽 즉석 3행시'. '올, 림, 픽', 쉬운 글자 하나 없는 이 난제를 이 복식조는 순식간에 기막힌 합동작전으로 뚫어냈다. "'올!' 올려!' 림(임)!' 임종훈-신유빈 금메달! '픽!' 픽미픽미 픽미업!" 꺄르르 유쾌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듣던 바대로 환상의 복식조였다. 진천(충북)=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