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괴물' 김민재가 재평가를 받고 있다. 감독도 단장도 원하고 있다. 팀내 입지가 눈에 띄게 높아지는 모습이다.
28일(한국시각) 독일 스포르트는 '김민재와 마타이스 더 리흐트에 대해 바이에른 뮌헨은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바이에른 선수단 개편은 초기 단계지만 중앙 수비진 변화가 예상된다. 바이에른과 뱅상 콤파니 감독이 센터백과 관련한 계획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며 '바이에른은 토마스 투헬 감독의 실수를 인정했다. 콤파니 감독은 다음시즌 김민재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김민재의 방출설은 최근 며칠 사이에 커졌지만 콤파니 감독은 김민재와 함께 하고 싶어한다. 바이에른의 내부 분석에 따르면 투헬 감독과 김민재의 상호 작용은 이상적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고 했다.
빌드 역시 '바이에른이 김민재를 재평가하면서 다음 시즌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바이에른이 김민재와 함께 계획을 짜고 있다. 콤파니 감독이 김민재와 함께 일하길 원한다'며 '내부 분석에서, 바이에른은 김민재가 투헬 감독 체제에서 부족했던 더 많은 소통, 대화, 그리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매체인 TZ도 '막스 에베를 스포츠 디렉터가 김민재가 포함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2022~2023시즌 나폴리를 우승으로 이끌며 이탈리아 세리에A 올해의 수비수상을 받은 김민재는 맨유, 첼시, 맨시티, 토트넘, 레알 마드리드, 파리생제르맹 등의 러브콜을 뒤로 하고 바이에른행을 택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의 적극적인 구애가 결정적이었다. 바이에른은 더 리흐트와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라는 월클급 센터백 라인을 구축했다. 셋 다 엄청난 몸값과 커리어를 자랑하는 최상급 센터백이었다.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삐걱거렸다. 전반기 더 리흐트와 우파메카노가 번갈아 부상으로 쓰러졌다. 김민재가 홀로 수비진을 이끌어야 했다. 혹사 논란이 나올 정도였다. 군사 훈련의 여파에도 김민재는 흔들리지 않고 바이에른의 중앙을 지켰다. 다만 지난 시즌만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독일 언론은 김민재가 조금만이라도 부진하면 낮은 평점을 주며 물어 뜯었다. 하지만 후스코어드닷컴 등 통계 사이트에서는 전반기 분데스리가 최고의 수비수로 김민재의 이름을 빼놓지 않고 올렸다. 분데스리가 팬 선정 전반기 베스트11도 김민재의 몫이었다.
하지만 아시안컵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김민재가 나서는 경기마다 부진에 빠진 사이, 바이에른의 성적도 추락했다. 설상가상으로 겨울 이적시장에서 임대로 영입한 에릭 다이어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결국 바이에른의 중앙 수비진은 더 리흐트-다이어 라인으로 재편이 됐다. 김민재는 어쩌다 나선 경기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정확히는 투헬 감독의 전술이 아쉬워, 나선 경기마다 실점했다.
결정타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이었다. 더 리흐트의 부상으로 다이어와 짝을 이룬 김민재는 2실점에 모두 관여하며 도마위에 올랐다. 평점을 받지도 못했을 정도로, 혹평을 받았다. 치명적인 실수기는 하나, 이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괜찮은 모습을 보였기에 더 아쉬운 경기였다. 하지만 투헬 감독은 "김민재가 너무 공격적인 수비를 했다"며 감싸기는 커녕 비난으로 일관했다. 독일 언론의 비판은 더욱 거세졌고, 2차전 후반 교체투입 후에도 비판은 계속됐다.
김민재는 막판 부진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수비수로서 나는 항상 확신을 가지고 뛰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내 자신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확신을 가지고 플레이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기를 하는 동안 주저한 순간이 많았다. 감독님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술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내가 감독님의 요구사항을 더 충족시켰어야 했는데 그걸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선수로서 경기장 위에서 내가 잘하는 것과 잘하지 못하는 것, 내가 실수를 하거나 잘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실제 김민재는 레알 마드리드전 이후 치른 경기에서 과감한 전진보다는 후방을 지키는 수비를 주로 펼쳤다. 볼프스부르크전에서 이같은 플레이로 호평 받았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최종전을 소화하지 못했다.
바이에른은 올 시즌 무관에 그쳤다. 2011~2012시즌 이후 12년 만이다. 리그에서 레버쿠젠에 밀려 12연패에 실패했고, 마지막 보루였던 유럽챔피언스리그마저 레알 마드리드에 밀려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라이벌 도르트문트가 결승에 오르며, 바이에른 입장에서는 더욱 씁쓸할 수밖에 없다. 절치부심을 노리는 바이에른은 다음 시즌 대대적인 변화를 노리고 있다. 투헬 감독과 작별하고, 콤파니 감독이 부임했다. 바이에른은 콤파니 감독 부임 전부터 선수단 변화를 예고했다. 가장 먼저 손을 댈 포지션은 중앙 수비다. 기존 라인에 손을 댈 것이 유력한 가운데, 김민재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바이에른 1티어 기자마저 김민재의 이름을 꺼냈다. 독일 스카이스포츠의 플로리안 플라텐베르크 기자는 '김민재나 다요 우파메카노 중 한 명이 팀을 떠날 것'이라며 '바이에른은 조나탄 타를 비롯해 새로운 중앙 수비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플라텐베르크 기자는 김민재의 바이에른행을 맞추는 등 바이에른에 관한한 가장 정통한 기자 중 한 명으로 불리고 있다.
이어 스폭스도 '실망스러운 시즌 이후 바이에른은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을 할 수 있다. 센터백 3인방 더리흐트, 우파메카노, 김민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바이에른이 여름에 새롭게 센터백을 영입하려 한다면 수비수 중 한 명 이상은 떠나야 할 것이다. 지난 몇 주 동안 이에 대한 소문이 늘어났다. 바이에른은 타와 연결됐고, 바르셀로나의 로날도 아라우호와도 여러 차례 거론됐다'고 설명했다.
스포르트1은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원했다. 하지만 10개월 후 상황은 달라졌다'고 했다. 이어 '김민재는 구단 역사상 네번째로 비싼 수비수였다. 그의 게임 아이디어와 감독의 시스템은 맞지 않았는데 높은 이적료로 바이에른에 왔다'며 '한가지 분명한 것은 김민재가 바이에른이 1년만에 헤어질 것이라는 암시가 거의 없다. 김민재는 클럽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신뢰를 받고 있고, 내부적으로도 유예기간을 부여 받았다'고 했다. 스포르트1은 '바이에른에 합류하기 전 군복무를 해야 했고, 휴식 없이 바이에른 캠프에 합류했다. 곧바로 베스트11으로 경기를 소화했고, 아시안컵까지 나섰다'며 '투헬 감독은 레버쿠젠전 패배 이후 다이어와 더리흐트의 소통을 좋아했다. 김민재는 소통으로 눈에 띄는 존재는 아니었지만, 새로운 감독 아래 다시 각관받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새로운 감독은 괴물의 자질에 더 중점을 둘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이에른은 김민재 대신 다른 선수들에 손을 대는 모습이다. 이미 성과도 나왔다. 이토 히로키를 영입했다. 일본 국적의 히로키는 올 시즌 슈투트가르트 돌풍의 중심이다. 최전방에 세루 기라시가 있다면, 후방에는 히로키가 있었다. 히로키는 탄탄한 수비와 정교한 빌드업 능력으로 슈투트가르트 수비를 이끌었다. 히로키는 센터백과 레프트백을 오가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레프트백으로 1m88의 큰 키에 스피드까지 뛰어나 경쟁력이 남달랐다.
일본 대표팀에서도 맹활약 중이다. 2022년 6월 파라과이전에서 데뷔한 히로키는 카타르월드컵에도 나섰고, 지난 카타르아시안컵에도 출전했다. A매치 19경기에 나서 1골을 기록 중이다.
1999년생인 히로키는 2018년 주빌로에서 데뷔했다. 다음 해 나고야로 임대를 떠난 히로키는 2020년 주빌로로 복귀해 리그 37경기를 소화하며, J리그 정상급 수비수로 발돋움했다. 유럽의 주목을 받았다. 2021년 여름 분데스리가의 러브콜을 받아 임대로 슈투트가르트 유니폼을 입었다. 임대 신분이었지만 곧바로 팀의 핵심 수비수로 자리매김했다. 첫 시즌 29경기에 나섰고, 마지막 경기에서는 결정적인 도움까지 올렸다. 데뷔 선수 중 베스트11에 선정될 정도였다. 고무된 슈투트가르트는 바로 완전 영입에 나섰다. 이적료는 40만유로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 리그 30경기에 출전하며 주전으로 활약한 히로키는 이번 시즌에도 아시안컵 차출 기간을 제외하고 리그 27경기에 출전하며 핵심 수비수로 활약했다. 정우영과 호흡을 맞추며 슈투트가르트에 15년만의 유럽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안겼다. 히로키는 키커 기준 올 시즌 분데스리가 수비수 중 평점 7위에 올랐다. 역대급 시즌이었다.
당연히 빅클럽들이 군침을 흘렸다. 이적료도 크지 않았다. 히로키는 지난해 여름 슈투트가르트와 2027년까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3000만 유로 바이아웃 조항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클럽 입장에선 큰 돈은 아니다. 라이프치히, 도르트문트 등이 히로키에 러브콜을 보냈다. 토트넘이 적극적이었다. 영국 더선은 '토트넘이 분데스리가 스타 히로키 영입을 노리고 있다. 25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지출할 것'이라며 '레프트백으로도 뛸 수 있는 히로키는 소속팀 슈투트가르트가 헤리 케인이 뛰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을 제치고 리그 2위를 차지하도록 일조했다'고 했다. 이어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J리그 요코하마 F. 마리노스를 감독한 경험이 있으며 일본 시장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이번 여름 또 다른 센터백을 원하고 있는 가운데 히로키를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미키 판 더 펜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좋은 호흡을 보였지만, 백업 자원이 부족했던 토트넘은 올 여름 수비 자원을 찾고 있다. 데스티니 우도지의 백업까지 볼 수 있는 히로키는 토트넘이 원하는 유형의 수비수였다. 토트넘 역시 바이아웃을 지르며 히로키를 데려오려고 했다.
하지만 히로키의 선택은 바이에른이었다. 복수의 슈투트가르트 지역지들은 지난 달 '히로키가 바이에른의 관심을 받고 있다. 도르트문트도 그를 눈여겨 보고 있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으며 낮은 바이아웃 조항으로 인해 관심을 받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로마노가 '바이에른이 바이아웃을 발동, 히로키를 영입할 예정이다. 히로키도 바이에른 합류를 결정했고 곧 최종 계약 세부사항을 정리할 것'이라고 전한 뒤 얼마 후 'HERE WE GO'를 띄웠다. 그만큼 전격적으로 바이에른행이 결정됐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바이에른은 더리흐트 혹은 우파메카노를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두 선수는 맨유 등 빅클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민재는 일단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다.
김민재의 계약기간은 2028년까지다. 김민재는 이미 세리에A,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일단 팀에 남아 주전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김민재는 독일 매체 'T-온라인'을 통해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시즌이 끝나면 항상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며 "내가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이 필요했는지, 그런 것들로부터 배우는 게 중요하다, 더 높은 수준에서 경쟁하려면 모든 것을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음 시즌 난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T-온라인 역시 '우리의 정보에 따르면 김민재는 바이에른과 1년 만의 이별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팀에 남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바이에른 역시 김민재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며, 잔류각이 잡히고 있다. 이제 주전 경쟁만이 남았다. 이는 온전히 김민재의 몫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