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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은 DH가 MVP 되는걸 싫어해" 어느 지명타자의 '恨', 오타니가 풀어주려나[스조산책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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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과연 역사상 처음으로 지명타자 MVP에 등극할 수 있을까.

1973년 아메리칸리그(AL)에 지명타자제가 도입된 이후 작년까지 지명타자가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나 2022년 내셔널리그(NL)도 지명타자를 쓰기 시작한 가운데 올시즌 NL로 옮긴 오타니가 첫 지명타자 MVP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오타니는 28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기본 및 확대 통계 부문(standard and expanded stats)인 타율(0.322), 득점(65), 홈런(25), 장타율(0.643), OPS(1.045),장타(48), 루타(200) 등 7개 부문서 NL 1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세이버메트릭스 주요 부문인 OPS+(194) 1위에 bWAR(4.7)과 fWAR(4.5)도 NL에서 압도적 1위다.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는 브라이스 하퍼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는 하나, 지금 MVP 투표를 진행한다면 오타니에 만장일치 의견이 나올 수도 있는 분위기다. 하퍼는 bWAR(4.1) 4위, fWAR(4.0) 2위다.

여기에 오타니는 트리플크라운 가능성도 보인다. 타격 트리플크라운은 2012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미구엘 카브레라가 가장 최근 사례다. 그러나 NL에서는 1937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조 메드윅 이후 작년까지 86년 동안 나오지 않았다. 타율, 홈런 1위인 오타니는 타점 부문서는 61개로 1위 필라델피아 알렉 봄(65),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마르셀 오주나(64)에 이어 3위인데, 6월 들어 격차를 크게 줄였다.

이에 대해 MLB.com은 '마음에 담고 있는 더 큰 목표들이 있다. 에인절스 시절 그를 피해 다녔던 플레이오프에 관해 우리는 딱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예를 들면 최근 57년 동안 딱 한 번(2012년 미구엘 카브레라) 나온 트리플크라운 같은 것'이라면서 '오타니는 NL에서 타율 1위, 홈런 1위, 타점은 3위인데 1위와 불과 4개 차이다. 이런 기록들이 데이터 중심의 오늘날의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의미 있는 통계일까? 아직은 멀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단 10명의 선수만이 달성한 트리플크라운을 오타니가 해낸다면 여전히 기념비적인 성과로 기록될까? 물론이다'고 적었다.

트리플크라운이 가장 위대한 기록은 아니지만, MVP를 수상할 만한 '역대급' 성과는 된다는 얘기다.

오타니가 지명타자 MVP에 오를 경우 남다른 시선으로 평가할 선수가 한 명 있어 주목을 끈다. 바로 뉴욕 메츠 JD 마르티네스다. 그는 1987년 생으로 점점 은퇴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방망이 솜씨를 보이고 있다.

마르티네스의 커리어 하이는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인 2018년이다. 그해 타율 0.330, 43홈런, 130타점, OPS 1.031을 올렸지만, AL MVP 투표에서 4위에 그쳤다. 당시 그의 동료였던 무키 베츠(현 다저스)가 AL MVP가 됐다.

마르티네스는 그 뒤로 매사추세츠주 지역 신문 '이글-트리뷴'과 인터뷰에서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를 향해 "야구기자들은 지명타자가 MVP가 되는 걸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집단"이라면서 "기자들은 특정 선수들에게 표를 던지는데 있어 숨은 의도를 갖고 있다. 기자는 무엇이 되고 싶은 존재인가? 누구를 위해 일을 하는가?"라며 불편한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명타자의 가치가 일반 야수들과 다른 것은 수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쪽 선수'라는 얘기도 나온다. MLB.com은 '마르티네스가 당시 내놓은 논리는 핵심을 벗어났지만, 전체적인 지적은 옳았다. 지명타자가 수비 부문에서 전혀 가치를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지명타자가 공격과 수비 공헌도 측면에서 가장 가치 있다(most valuable)고 여겨질 정도로 다른 모든 선수들을 능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올시즌 오타니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타니는 지난해 가을 토미존 서저리를 받아 투수로는 재활을 진행 중이다. 타격에만 집중하고 있어 커리어 하이급 성적으로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타니는 이에 대해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부담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시에 난 타자로서 발전해왔고 전체적으로 타자로서도 성장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실제 타석에서 난 스트라이크에 배트를 휘두르려 하고 내 폼과 모든 것이 일관돼 있는지 확인하는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저스 이적 후 첫 시즌인 올해 전반기 활약상에 대해 "되돌아 보면 아주 좋은 전반기"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