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구단 의견은 아직도 50대 50.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시라카와 케이쇼는 KBO리그에서 계속 뛸 수 있을까.
SSG 랜더스가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부상 대체 선수로 영입한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일본에서 고교 졸업 후 일본프로야구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고, 독립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그는 하재훈이 한때 뛰었던 독립리그 구단 도쿠시마 인디고삭스 소속이었다. 그곳에서 시라카와는 에이스 투수였다. 도쿠시마는 거의 매년 NPB 드래프트에서 수명씩 지명자를 배출해내는 팀. 독립리그 팀이라고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만큼 준프로급 젊은 선수들이 기회의 땅으로 여기며 뛰고있기 때문이다.
6주짜리 계약이긴 했지만, 프로 경력이 없는 일본 독립리그 출신의 23세 젊은 투수 영입은 일종의 모험이자 도박이었다. 시라카와가 성공을 거둔다면 새로운 개척로가 생기는 동시에, KBO리그로서는 굴욕이라는 고민거리도 생길 수 있었다. 반대로 시라카와가 실패한다면, 올해 처음 시행되는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 찾기가 난항에 빠질 수도 있었다.
시라카와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그가 5경기에 등판해 2승2패 평균자책점 5.09의 성적을 올렸다. 얼핏 보기에는 인상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투구 내용은 분명 성공 가능성이 엿보였다. 독특한 투구폼에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과 위력적인 구위 그리고 예리한 커브까지. 여기에 친근하고 호감형인 인상으로 합류하자마자 SSG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구단 관계자들은 "시라카와가 출연하는 구단 채널 영상이나 짧은 동영상이 엄청난 조회수가 나온다. 팬분들의 관심이 대단하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엘리아스는 부상을 거의 다 회복했고, 퓨처스리그에서 2경기를 던졌다. 다음주면 1군에서도 선발 등판이 가능한 수준으로 준비를 끝마쳤다. 하지만 SSG 구단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시라카와의 마지막 선발 등판이 될 수도 있는 28일 인천 KT전을 마친 후,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직원, 선수단까지 전부 의견을 물어봤다. 지금까지 정확하게 50대50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엘리아스로 가야한다는 의견과, 시라카와로 교체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게, 둘 중 한명의 선수를 포기하면 웨이버 공시를 해야 한다. 시라카와든, 엘리아스든 둘 중 한명이 웨이버가 되면 타 구단이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둘 다 KBO리그 무대에서 어느정도 검증이 된 투수들이다. 외국인 투수 교체를 고려하고 있는 구단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매혹적이다. 미국이나 해외 다른 리그에서 대체 선수를 데려올 경우, 계약까지 걸리는 시간과 입국 후 비자 발급, 환경 적응, 팀 적응 등에 추가 시간이 필요한데 이 선수들은 곧장 바로 합류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지난해 KBO리그에서 확실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안정감있는 엘리아스 쪽으로 무게가 더 기울었지만, 시라카와가 NC, KIA 등 SSG가 까다롭게 생각했던 팀들을 상대로 호투를 펼쳤고 상대 에이스급 투수들과의 맞대결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투구 내용을 보여준 부분에 있어서 플러스 요소가 생겨났다. 독립리그의 선발 로테이션이 9~10일 간격이라 풀타임 체력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트레이닝 파트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우려도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조금 더 적응하면, 5일턴에도 맞출 수 있다는 뜻이다.
시라카와의 원 소속 구단인 도쿠시마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SSG가 시라카와 잔류로 결론을 내리면, 선수에게 공식적으로 의사를 확인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뛰면서도 NPB 드래프트 지명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KBO리그 타 구단들이 시라카와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구단 관계자는 "SSG가 결단을 내리면 어떤 팀이든 무조건 오퍼를 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데드라인은 올스타 브레이크 직전인 7월 4일이다. 그전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결판을 내야 한다. 시라카와는 일단 창원 원정에 동행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