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네가 선발로 들어가서 이긴 경기가 없어. 보여줘야지?'
김기동 FC서울 감독의 '자극'이 통한 걸까. '맨유 출신' 제시 린가드가 2024시즌 서울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해 선발로 출전한 6번째 경기에서 드디어 첫 승을 신고했다. 서울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18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박성훈, 후반 강성진 윌리안의 릴레이골로 3대0 대승을 따내며 승점 21점째를 기록, 경기 당일 기준 순위를 9위에서 7위로 2계단 끌어올렸다.
린가드에게도 뜻깊은 승리였다. 린가드는 잉글랜드에서 뛰던 시절부터 느꼈던 무릎 통증에서 벗어나고자 3월 중순 시술을 결정해 두 달간 재활을 진행했다. 5월 중순에 돌아온 린가드는 대구전(1대2)부터 본격적으로 선발로 투입했다. 맨유와 웨스트햄 시절에 보여준 자유분방한 움직임과 창의적인 플레이로 팀 공격의 레벨을 높였다. 린가드의 복귀와 함께 팀 경기력이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정이 결과를 담지 못했다. 포항(2대2), 김천(0대), 광주(1대2)를 거쳐 지난 울산전(2대2)까지 린가드가 선발로 뛴 5경기 연속 승리가 없었다. 팀이 연속 무승을 기록한 것이 비단 린가드 개인의 잘못은 아니지만, '린가드가 선발로 뛰면 팀이 못 이기는' 징크스를 하루 빨리 끊어낼 필요가 있었다. 포항 시절 선수들과 '밀당(밀고 당기기)' 스킬을 발휘해온 김 감독이 린가드에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자극한 이유다.
이에 린가드가 응답했다. 지난 울산전에 이어 리그 2경기 연속 주장 완장을 찬 린가드는 공격 2선의 좌우, 가운데를 활발히 오가며 공격을 조립했다. 팀내에서 가장 많은 키패스(3회), 팀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공격지역 패스 성공(16회)을 기록했다. 이날도 피리를 부는 세리머니를 보진 못했지만, 공격포인트 없이 움직임 한 번으로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팀이 1-0으로 아슬아슬하게 리드하던 후반 41분, 미드필더 류재문이 상대 페널티 아크 부근에 있는 린가드에게 전진패스를 찔렀다. 상대 골문을 등진 상태로 공을 향해 마중나온 린가드는 돌연 몸을 돌려 공을 흘려보냈다. 바로 뒤에서 대기하던 강성진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평소 훈련을 통해 강성진의 습관과 능력을 파악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행동으로 보인다.
잭슨과 몸싸움을 이겨낸 후 공을 잡은 강성진은 달려나온 수원FC 골키퍼 안준수를 피해 침착한 왼발슛으로 자신의 마수걸이골을 쏘아올렸다. 2003년 기대주인 강성진은 지난해부터 하락세를 타더니 올해도 투입 때마다 아쉬운 경기로 일관했다. 후배 이승준 손승범 강주혁 등이 강성진의 자리를 위협했다. 한방이 필요했던 타이밍에 린가드가 강성진의 꽉 막힌 혈을 뚫었다.
김기동 감독은 "린가드는 늘 팀을 생각하고, (동료들에게)좋은 이야기를 해준다. 끝까지 동료들을 격려하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린가드의 활약 속 서울은 홈 5연패 사슬도 끊었다. 모처럼 경기 후에 환호하는 홈팬 앞에서 승리샷을 찍은 김 감독은 "홈에서 이긴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우리 팬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