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마지막 타석엔 안타를 의식했어요. 그래서 1루에 다이빙도 했죠."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은 끝났지만 손호영(30·롯데)의 야구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시카고 컵스 유니폼에 한껏 들떴던 시절도 있었다. 군복무 후 독립리그를 거쳐 다시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는 기쁨을 누리던 시간도 있었다.
어느덧 서른이 가까워진 시간. 손호영은 "작년엔 야구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OK, 난 딱 이 정도 선수구나. 마음의 준비를 해뒀다. 언제든 (구단에서)나가라고 할 수 있는 나이니까, 마음 편하게 즐기다 가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롯데로 이적할 때의 마음이 더 간절했다."
그렇다고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과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두터운 내야진을 자랑하는 LG 트윈스에 손호영의 자리가 없었을 뿐. 주전으로 도약할 만한 타이밍마다 부상에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우강훈과의 맞트레이드 직후 "손호영에겐 인생이 바뀔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이후에도 "요즘 손호영 성적을 매일 체크한다. 내가 미안해지면 안되니까"라며 꾸준한 관심을 보냈다. 손호영은 "LG전 때 인사드렸더니 '오~ 손주전' 하시더라. 뿌듯한 느낌이었다"며 웃었다.
"어떻게 보면 감독님이 저를 놓아주신 것 아닌가. 감사한 일이다. 존경하는 감독님이다. 내가 야구를 못해서 그렇지, 감독님 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참 정이 많은 분이다."
유니폼을 바꿔입자마자 잠재력이 폭발했다. 아직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팀내 홈런 1위(8개, 전준우 레이예스 7개) OPS 1위(0.904, 2위 전준우 0.903) 타점 2위(36개, 레이예스 61개)다. 타율도 3할2푼2리에 달한다.
손호영은 "난 부산이 좋다. 롯데 유니폼 너무 잘 어울리지 않나. 롯데랑 잘 맞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지금 우리 중심 타자"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손호영의 대기록 행진은 아쉽게 30경기에서 멈췄다. 4월 17일 부산 LG전부터 6월 20일 수원 KT 위즈전까지다. 김재환(두산, 2018년)과 함께 KBO리그 역대 3위 기록. 역대 2위, 단일 시즌 1위인 롯데 대선배 박정태(31경기)에겐 딱 1경기가 모자랐다.
"기록 때문에 크게 영향 받진 않았다. 다만 마지막 타석엔 마음이 급했다. 너무 볼을 쳤다. 빨리 뛰면 살 것 같아 몸도 날렸다. 그런데 안되더라. 여기까지였던 거라 생각한다. 감독님이 그걸 또 비디오 판독까지 해주시더라. 감사했다. 9회초에 고승민 타구를 도슨이 잡는 거 보고 '아 끝났구나' 싶더라."
역사에 이름 남긴 자체로 만족한다. 손호영은 "너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또 이런 기회가 오면 그땐 욕심이 더 생기지 않을까"라며 "(박정태)선배님 응원도 다 챙겨봤다. 우리 팀에 나보다 어린 선수들이 많으니까, 그중 한명이 언젠간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나간 미련은 어제 호텔에 다 버려두고 왔다"며 홀가분하게 웃었다.
스스로는 체력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혹시나 타격 페이스가 떨어질까, 햄스트링이 또 말썽을 부릴까 걱정이 가득하다. 풀시즌을 처음 뛰어보는 선수이기 때문. 손호영은 "제가 지명타자를 쳐서 미안하다. 난 정말 괜찮은데…빠른시일내 수비를 나가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목표는 여전히 100경기 출전이다. 두자릿수 홈런 같은 욕심은 없다. 그는 "평생 한번 갈까 말까한 자리니까, 올스타전 구경은 한번 해보고 싶다"며 미소지었다.
"'본보기가 된다, 힘이 되는 사례다'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지금 힘든 선수들이 나를 보며 '언젠가 내게도 좋은 날이 올거야'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