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토트넘이 손흥민 인종차별 사태를 방관하는 사이 이제 '팬들끼리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토트넘은 18일(한국시각)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 공식 일정이 발표된 후 인스타그램과 X(구 트위터) 등 클럽 공식 SNS를 통해 구단 스케쥴을 홍보했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제임스 매디슨, 데얀 클루셉스키의 사진을 활용해 런던 더비 및 시즌 초반과 마지막 주요 일정을 추가적으로 강조했다.
하지만 댓글에서는 팬들끼리 싸우느라 난리가 났다. 토트넘이 손흥민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4일째 침묵했기 때문이다. 정황상 토트넘은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정말 실망스럽다. 구단은 이 사건을 공개적으로 다뤄야 한다', '인종차별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팬들의 물음에 대답하라. 토트넘은 왜 침묵하는가', '토트넘은 한국 투어를 취소하라. 보이콧하겠다'는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반대 의견도 많았다.
'이미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하고 있지 않느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며 애초에 사건 자체를 모르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이미 끝난 일이다 그만해라', '마녀사냥은 답이 아니다'라며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인종차별 반대'라는 댓글에는 '한국인 반대'라는 충격적인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또한 한국에 오지 말라는 이야기에는 '그래 안 갈게'라는 조롱 섞인 답변도 여럿 달렸다.
사건은 지난 15일 발생했다.
디애슬레틱 데일리메일 미러 등 여러 영국 언론들은 토트넘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자국 방송에서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 발언을 한 뒤 사과까지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벤탄쿠르는 고국 우루과이에 돌아가서 코파아메리카 출전을 준비 중이다. 방송에 출연해 동양인 외모를 비하했다.
인터뷰 진행자는 벤탄쿠르에게 손흥민의 유니폼을 요청했다. 벤탄쿠르는 "어차피 그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 그의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 줘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이 빗발치자 벤탄쿠르는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그는 SNS에 공개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벤탄쿠르는 24시간만 유지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이용했다. 또한 이를 '농담'으로 치부했다. 심지어 손흥민의 애칭 Sonny를 Sony로 틀리게 쓰면서 오히려 팬들의 분노를 키웠다.
토트넘은 이를 외면했다. 소속팀 선수들의 유로 2024 출전 소식을 전하면서도 벤탄쿠르와 손흥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손흥민도 특별히 대응하지 않았다.
토트넘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로 널리 알려진 폴 오키프는 18일 SNS를 통해 토트넘이 이번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암시했다.
그는 SNS에서 '벤탄쿠르와 관련한 클럽의 논의가 있는가'라고 질문을 받았다. 오키프는 '지금 다들 나가있다(휴식기)'면서 '심지어 토트넘이 끼어든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발표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조용히 처리될 공산이 크다고 평가했다.
토트넘이 지난해 손흥민이 경기장에서 관객에게 인종차별을 당했을 때 보였던 대처와는 사뭇 다르다. 이번에는 가해자도 토트넘 선수라서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은 모양새다. 어쩌면 한국과 달리 현지에서는 별로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