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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술에 배불러" '캡틴' 린가드. '빅리거의 진심'→아쉬움 가득 울산, 시간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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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김기동 FC서울 감독이 꺼내든 회심의 카드는 '주장 린가드'였다.

올 시즌 서울에 둥지를 튼 린가드는 K리그1에서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찼다. 부주장 조영욱에 이어 주장 기성용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상대가 K리그1 3연패를 노리는 울산 HD라 부담이었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기대가 컸다. "린가드가 배려심도 많고 내성적이다 보니 눈치를 많이 보는 느낌인데, (주장을) 좀 하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는 것같았다.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어제 발표했다. 구심점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고, 경험 많은 린가드가 주장을 해주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린가드가 표시는 안 내는데 기분은 나빠하지 않는 것 같았다."

서울의 출발은 암울했다. 어이없는 실수로 전반에만 2골을 헌납했다. 센터백 권완규의 패스 실수를 울산의 주포 주민규가 낚아채 박성훈을 따돌린 후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싱가포르와의 A매치에서 데뷔골을 터트린 주민규는 울산에서도 골 행진을 이어갔다. 서울은 전반 42분에는 자책골로 땅을 쳤다. 울산 이명재의 크로스가 서울 이태석의 다리를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사실 패색이 짙었다. 2021년 3월 1일 울산에서 첫 발을 뗀 홍명보 울산 감독은 통산 100승 고지를 밟는 듯했다. 그는 이날 경기 전까지 K리그,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FA컵 등에서 99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서울의 뒷심은 무서웠다. 김 감독의 교체카드도 적중했다. 교체투입된 최준과 임상협이 골의 전령사가 됐다. 해결사는 일류첸코였다. 그는 후반 6분 최준, 31분 임상협의 크로스를 모두 골로 연결했다. 마침표였다.

울산과 서울은 16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7라운드에서 2대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울산은 다잡은 승리를 놓쳤지만 선두는 탈환했다. 승점 32점(9승5무3패)을 기록, 강원(승점 31·9승4무4패)을 밀어내고 하루 만에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서울은 5경기 연속 무승(3무2패)이다. 하지만 값진 승점 1점이었다. 승점 18점(4승6무7패)으로 9위를 유지했다.

린가드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리더 역할을 했다. 슈팅을 지나치게 아낀 것은 옥에 티였지만 윤활유 역할을 했다. 후반이 돼서야 한 차례 슈팅을 날렸지만 조현우의 선방에 막혔다. '주장' 린가드는 만족해 했다. 그는 "올 시즌에 실수도 많고, 자책골이 많은 게 운명처럼 느껴지지만 정말 좋은 배짱과 팀 캐릭터를 보여줬다"며 "큰 실수였지만 그것도 울산 원정에서 0-2로 뒤지다 따라간 것은 엄청난 결과다. 그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무조건 이겼을 정도로 경기를 잘했다. 서울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다"고 자신했다.

주장으로서도 '열일'을 했다. 린가드는 "주장 완장을 차든, 안 차든 싸우는 마음을 갖고 들어갔다. 선수들에게는 압박감을 즐기자고 이야기했다. 하프타임에는 포기하지 말고, 배짱 있게 하자고 했는데 이것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잉글랜드 복귀 이적설에 대해선 "뉴스를 잘 안 읽는다. 영국 미디어는 아무거나 만들어 쓴다. 서울과 이번 시즌 잘 헤쳐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웃었다.

린가드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실수를 줄여야 한다. 실수와 실점을 줄이면 된다. 경기는 잘하고 있다. 오늘 보여준 배고픔, 정신력을 꾸준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린가드의 활약에 엄지를 세우면서 "승점 1점은 크지 않지만 장기레이스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홍 감독은 "나를 포함해 선수단 전체가 반성해야 하는 경기"라며 아쉬워했다. 울산=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