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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 '만랩' 투수가, 왜 어처구니 없게 공을 하늘로 날렸나...가까운데 왜 더 두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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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천하의 벤자민은 왜 그런 어이없는 송구를 했을까.

1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 승부를 갈랐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3회초. KT가 선취점을 너무 허무하게 내줬다.

2사 1루에서 KT 선발 벤자민은 2번 소크라테스를 투스트라이크로 몰아붙인 뒤 147㎞ 바깥쪽 낮은 직구로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그런데 공을 잡은 벤자민이 어이 없게 높게 던졌다. 1루수 문상철이 점프해도 닿을 수 없는 높이의 악송구였다. 끝날 이닝이 2사 1, 3루가 됐고 김도영의 선제 적시타로 연결됐다. KT가 4회말 1-1 동점을 만들었지만, 5회초 2사 2루에서 소크라테스에게 결승 2루타를 맞고 1대2로 패했다. 승부를 바꾼 실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프로야구 투수들은 실로 대단하다. 18.44m의 먼 거리에서 150km의 강속구를 정확히 스트라이크 존 안에 넣는다. 그 대단한 능력 덕분에 수억원, 수십억원 연봉을 받는다.

그런데 잊을만 하면 믿기 힘든 장면들을 연출한다.

먼 거리에 강한 공을 정확하게 던지는데, 수비 과정에서 가까운 거리의 베이스를 향해 공을 뿌릴 때 어처구니 없는 패대기, 스카이 송구가 나온다.

근접 거리에서 꼭 사고가 터진다. 특정 선수 1~2명이 이런 실수를 반복하면 모르겠지만, 잊을만 하면 비슷한 장면이 반복 연출된다. 벤자민은 정교한 제구가 일품인 투수다. 왜 이런 실수가 나왔을까. 벤자민 말고도 투수들은 왜 오히려 가까운 거리 송구를 두려워할까.

투수 전문가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투수들은 정해진 거리를 전력으로 던지는 패턴이 몸에 배어 있다. 그 루틴에서 벗어나 공을 던지는 걸 더 어려워하는 선수들이 있다. 팀에 1~2명씩 꼭 있다. 물론 야구 센스가 좋은 선수들은 송구도 어려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 위원은 이어 "100% 힘을 다해 던지다, 가까운 거리는 힘을 빼고 던져야 한다는 생각에 공 던지는 리듬이 무너지는 경우다. 이게 입스로 오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들은 보통 두려움에 패대기 송구가 나온다. 벤자민은 그런 경우는 아니었다. 너무 힘을 빼다보니 공이 날린 케이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실수가 나오지 않을까. 양 위원은 "급한 것도 문제다. 공은 자신에게 오는데, 주자가 빠르게 뛰면 마음이 급해진다. 최대한 투구처럼 스텝을 밟고 차분히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벤자민도 스텝을 밟기는 밟았는데, 하필 마운드 움푹 솟아오르는 곳에서 공을 잡아 스텝이 조금 꼬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면서 밸런스가 흐트러졌을 수 있다.

그래서 투수들은 투수 앞 땅볼을 처리할 때 타자가 뛰는 걸 보며 천천히 1루로 언더 토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타자를 놀리는 게 아니다. 그게 가장 안정되고, 정확해서다. 양 위원은 "사실 다 핑계다. 프로라면, 그런 실수가 나와서는 안된다. 언더 토스도 좋지만, 프로 선수라면 언제 어디든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정리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