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팬들 환호요? 음…못 들었습니다.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 같네요."
경기 종반 2이닝 연속 위기. 결국 LG 트윈스 불펜의 버팀목들이 4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LG는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중시리즈 1차전에서 5대3으로 승리, 최근 4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1회초 먼저 2실점했고, 2회말 대거 4득점하며 뒤집었다.
롯데 벤치는 선발 이민석을 2⅓이닝만에 일찌감치 내렸다.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이후 LG 타선은 박진(3이닝 무실점) 진해수(1⅓이닝 무실점)를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다.
LG 선발 엔스는 4회초 정훈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며 1점차로 쫓기긴 했지만, 남은 이닝을 대부분 짧게 끝내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하지만 7회 볼넷과 송구 실책으로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한 뒤 교체됐다. LG는 베테랑 김진성이 기어코 실점없이 위기를 막아냈다.
8회에도 이지강이 1사 후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사 1,3루 위기를 맞이했고, 마무리 유영찬이 조기투입됐다. 유영찬은 나승엽 정훈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유영찬을 향해 2만3750명 매진된 잠실의 우렁찬 연호가 쏟아졌다.
하지만 경기 후 만난 유영찬은 "다음 이닝 잘 막아야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경기에 집중하느라 못들은 것 같다"며 엄청난 집중력을 드러냈다.
이어 문보경의 쐐기포에 대해서는 "너무 고마웠다. 1점차보다는 2점차가 마음이 좀더 편하니까"라고 답했다. 그의 말대로 9회초는 3자범퇴로 끝났다.
유영찬은 건국대 출신 대졸 투수다. 2020년 2차 5라운드(전체 43번)으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칠 때까지 크게 주목받는 투수는 아니었다. 그런 유영찬을 주목한 사람이 바로 염경엽 LG 감독이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박명근과 유영찬을 불펜의 최대 수확으로 꼽곤 했다. LG가 29년만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우영 고우석이 잇따라 부상과 메이저리그 진출로 자리를 비우면서 불펜 공백이 커졌다.
유영찬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 6이닝을 소화하며 단 1실점, 마무리감 투수임을 증명했다. 이 점에 주목한 염경엽 감독은 유영찬을 과감하게 마무리로 발탁했다.
유영찬은 올시즌 29경기에 등판, 4승1패 15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78로 철벽 호투를 펼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유영찬의 호투에 대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한층 더 강한 책임감을 갖게 되면서 더 좋은 투수로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재능에 걸맞는 배치, 성향에 맞는 임무 부여야말로 사령탑의 능력이다.
구속이 어느덧 150㎞를 넘나들 정도로 올라왔다. 직구 중심의 투수인 만큼 구위가 최대 장점이다. 스플리터 등 변화구의 완성도도 남다르다.
유영찬은 "그만큼 내 몸이 더 힘을 쓰고 있는 것 아닌가. 몸관리도 더 신중하게 하고 있다"면서 "작년에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겪으면서, 그게 정말 큰 경험이었구나 라는 걸 깨닫고 있다. 긴장감을 느끼는 것, 또 주자 있을 때 내가 어떻게 던져야하는지에 대해 작년보다 세심하게 고민하며 던진다"고 설명했다.
5아웃 세이브는 지난 5월 11일 롯데전에 이어 2번째. 공교롭게도 롯데에게만 2번 성공했다. 유영찬은 "롯데전에서 볼질 했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 이후론 그런 불안함은 잊어갈 것 같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잘 던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조기 등판에 대해서는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박동원 형 미트만 보고 자신있게 던진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여름 대비에 대해)잠을 많이 자려고 노력한다. 마무리라서 더 힘들거나 체력 소모가 더 큰 부분은 없는 것 같다. 마운드 올라가면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눈앞의 타자를)막아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