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우성이 바꾼 경기.
프로야구에서 팀이 이기면, 홈런 치고 타점 기록한 타자나 압도적으로 잘 던진 선발 투수들이 주목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기 흐름을 한 순간 바꾸는 숨은 MVP들이 분명히 있다. 12일 SSG 랜더스전 KIA 타이거즈의 대역전승 '신스틸러'는 이우성이었다.
KIA는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전에서 5회부터 7회까지 대거 13득점을 몰아치며 0-5로 밀리던 경기를 13대7로 뒤집었다. 5회 최형우의 추격 2타점 적시타가 터졌고, 6회와 7회 연속 타자일순하며 화끈한 역전승으로 전날 연장 접전패를 설욕했다.
이날 한 경기 최다인 6타점을 몰아치고, KBO리그 역대 개인 통산 최다 루타 대기록을 달성한 최형우가 주인공인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우성이 없었다면 KIA의 승리도 없었을 수 있고, 최형우의 기록도 빛이 바랬을 수 있다.
상황은 이랬다. KIA가 0-5에서 2-5로 추격한 6회초. 선두 이우성은 바뀐 투수 이로운을 상대로 안타를 치고 나갔다. 소크라테스의 안타 때 2루까지 갔다. 타석에는 김태군. 보내기 번트 작전이 나왔다. KIA와 SSG의 눈치싸움. 볼 2개가 들어왔다.
그리고 이어진 번트 작전. 그런데 김태군이 배트에 공을 맞히지 못했다. 이우성은 3루로 뛰었다. SSG 포수 김민식의 송구가 빠르게 날아갔다. 3루에서 횡사할 타이밍이었다. 만약 여기서 이우성이 아웃됐다면, KIA 입장에서는 추격 분위기에 완전히 찬물이 끼얹어질 뻔 했다.
아웃 같았다. 그런데 3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3루수 최정이 껑충껑충 뛰며 비디오 판독 사인을 벤치에 보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세이프.
타이밍은 아웃 타이밍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우성이 포기하지 않고 최정의 글러브가 들어오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었고, 최선을 다해 오른팔을 바깥쪽으로 뻗어 베이스를 찍었다. 간발의 차로 손이 베이스에 먼저 닿았다.
포기가 없었던 이우성의 간절함, 그리고 타이밍상 아웃이라 생각했던 최정의 약간은 안일한 태그가 만든 변수였다. 여기서 이우성이 살자 김태군은 번트를 할 필요가 없어졌고, 우중간 1타점 적시타로 역전의 신호탄을 쐈다.
기세를 탄 KIA는 6회 타자일순하며 4점, 7회 타자일순하며 7점을 뽑아 경기를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이우성이 만약 3루에서 횡사했다, 세상 100% 확률은 없지만 KIA의 역전극이 나오지 않았을 확률이 매우 높았을 것이다.
이우성은 이 도루 뿐 아니라 타점은 없었지만 3안타를 몰아치며 역전 찬스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인천=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