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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에도 구원 1위…끝판왕은 '23살 차이' 후배들과 어떻게 소통할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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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진지하게 야구 얘기만 안 하면 되지 않을까?"

리그 최고참, 올해 나이 42세.

하지만 '끝판왕'은 여전하다.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은 11일 대구 LG 트윈스전 8회 2사 1,3루에 등판, 2번의 2사 만루 위기를 막아내며 올해 19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날의 세이브는 삼성 역사상 1400번째 세이브이기도 했다. 오승환의 통산 세이브수는 419개, 비중으로 따지면 약 30%에 달한다.

경기 후 만난 오승환은 담담했다. 세이브 개수 이야기가 나오자 "올해 내 지분을 더 늘리겠다"며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1구1구에 한층더 집중한 경기였다, 8회에는 등판 직후 문성주의 2루 도루, 김현수의 볼넷이 나오며 만루 위기가 됐다. 타자는 이날 추격의 3점홈런을 쏘아올린 오스틴. 오승환은 침착하게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9회는 온전히 오승환의 몫이었다. 문보경의 안타, 김주성의 볼넷, 다시 신민재의 안타. 2사 만루에서 하필 또 상대가 홍창기였다. 오승환은 기어코 2루 땅볼로 홍창기마저 잡아내며 2점차 리드를 지켜냈다.

올해 삼성은 김재윤, 임창민을 FA로 보강하며 탄탄한 불펜을 구축했다. 오승환은 '불펜은 서로를 지켜주며 단단해진다'는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모든 불펜투수들이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 내가 올라가면 우리 야수들이 날 지켜주는 것 아니겠나. 후회없이 자기 공을 던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미안해할 필요 전혀 없다."

천하의 오승환에게도 4아웃 세이브는 부담이다. 오승환은 "8회를 막고 나서 9회에 긴장감이 풀릴 수 있다. 매번 마인드컨트롤을 하지만 쉽지 않다. 야구가 참 어려운 스포츠"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옛날만큼 압도적인 직구는 더이상 없다. 그때처럼 단조로운 패턴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145㎞ 안팎의 직구에 슬라이더와 포크볼까지 섞어던진다. 상황에 맞게 던지는 것 또한 레전드가 자신의 성적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세이브를 많이 하면 그만큼 우리 팀이 승리하는 거니까 중요하다. 하지만 난 블론을 안하는게 가장 큰 목표다. 세이브야 기회가 오면 할 수 있지만, 블론은 내 실수니까. 그 실수를 최대한 줄이고자 한다."

2사 만루 위기를 한번 막고 내려온 뒤 김동진이 데뷔 첫 홈런을 쐐기포로 장식했다. 오승환은 "나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너무 고마웠다. 그럴때 1점은 정말 크다"며 씨익 웃었다.

올해 신인 육선엽은 2005년생이다. 오승환과는 23살 차이가 난다. 오승환은 '어떻게 소통하나'라는 질문에 "되도록 나는 말을 안하는게 맞다"며 환하게 웃었다.

"내가 장난을 많이 친다. 원래 그런 성격인데, 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최대한 편한 분위기를 만들고, 후배들이 내게 다가오도록 한다. 내가 먼저 진지하게 야구 얘기를 꺼내는 일은 거의 없다."

올해도 구원 1위. 그는 "지금 타이틀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만 욕심을 버려선 안된다. 최대한 많이 막고, 욕심은 시즌 막판에 부리면 된다"고 강조했다.

박병호의 가세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오승환은 "박병호를 상대 안해도 되서 좋다. 큰거 한방이 있고, 수비도 정말 좋다. 후배들이 많이 배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구=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