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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만큼만 잘 보라! 이틀 연속 10구 승부, 타석당 투구수 팀내 1위...선구안의 지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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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이 6월 들어 폭발적인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볼을 골라내는 능력, 즉 '선구안'이 주목을 끌고 있다.

김하성은 11일 펫코파크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서 4타석에 들어가 결승타를 포함해 1타수 1안타 2볼넷 2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김하성은 1-1로 맞선 4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결승 적시타를 뽑아내고 5-1로 앞선 7회 희생플라이를 쳐 승부에 쐐기를 박는 타점까지 올리며 6대1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으나,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2개의 볼넷이다. 사실 상대 투수 입장에서는 타자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다.

김하성은 0-1로 뒤진 2회말 1사 1,2루에서 맞은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조이 에스테스를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6구째 91.5마일 바깥쪽 낮은 직구를 볼로 골라 걸어나갔다. 에스테스는 볼과 스트라이크가 확연하게 구분되는 공을 던진 덕분에 김하성은 어렵지 않은 승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

첫 타석보다 빛난 건 6회 타석이었다. 상대 좌완 션 뉴콤을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10구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2B2S에서 6구째 몸쪽으로 떨어지는 커브를 파울로 쳐낸 김하성은 7구 슬러브를 볼로 고른 뒤 8,9구 스트라이크존을 날아드는 90마일대 중반의 직구를 연속 파울로 걷어냈다. 뉴콤으로선 더이상 던질 곳이 없었는지 10구째 77.9마일 느린 커브를 바깥쪽 높은 볼로 던진 뒤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에스테스와 뉴콤이 김하성에게 볼넷을 내준 직후 실점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동료 타자들이 대기 타석과 더그아웃에서 해당 투수의 공을 많이 보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뉴콤은 6회에만 22개의 공을 던진 뒤 7회 힘이 빠졌는지, 볼넷과 사구 안타를 연속으로 내주며 1사 만루에 몰린 뒤 교체됐다. 샌디에이고는 뉴콤이 내려간 직후 김하성의 희생플라이 등으로 주자 3명을 모두 불러들여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모두 뉴콤의 실점으로 기록됐다.

이날 김하성은 4타석에서 18개의 공을 봤다. 타석당 4.5개의 공을 본 셈. 그 전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는 4타석에서 25개의 공을 상대했다. 특히 8회말 라이언 톰슨을 상대로는 10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1루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볼과 스트라이크를 구분하는 능력, 파울로 걷어내는 능력을 종합해 'discipline'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말로는 '인내력', '구분 능력' 정도가 된다. 이 부분에서 김하성은 톱클래스 수준이다.

김하성은 유인구에 방망이를 내미는 체이스 비율이 18.3%로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 부문서 조사 대상 258명 중 14위다. 다시 말해 공을 고르는 능력이 14번째로 좋다는 뜻이다. 물론 샌디에이고 타자 중에서는 가장 좋다. 동료 타자들의 이 수치를 보면 주릭슨 프로파 22.8%, 제이크 크로넨워스 23.1%, 매니 마차도 26.7%,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27.1%, 잭슨 메릴 35.6%나 되고, 두 차례 타격왕에 빛나는 루이스 아라에즈는 무려 33.6%에 이른다.

선구안을 나타내는 또다른 지표는 타석당 투구수인데, 이 부문서 김하성은 4.18개로 규정타석을 넘긴 전체 타자 151명 가운데 20위다. 물론 팀내에서는 1위다. 프로파(4.04), 크로넨워스(4.00), 마차도(3.72), 메릴(3.64), 타티스 주니어(3.55) 등으로 김하성과는 차이가 크다.

공을 적게 보는지, 많이 보는지는 스타일의 차이다. 그러나 '선구안' 측면에서 바라보면 다가올 FA 시장에서 김하성이 큰 점수를 따낼 수 있는 대목임은 분명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