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6월 초 두 슈퍼스타의 타격감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각)부터 10일까지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인 3연전은 미리보는 '월드시리즈 매치'로 불리며 현지 언론들의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양키스는 아메리칸리그(AL) 승률 1위를 질주 중이고, 다저스는 3명의 MVP를 보유한 핵폭탄 타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양키스가 최종 3차전인 10일 홈런 3방을 터뜨리며 6대4로 승리했지만, 3연전 결과는 2승1패로 다저스의 위닝시리즈로 마무리됐다. 양키스는 간판 후안 소토가 왼쪽 팔부상으로 3연전을 모두 결장해 아쉬웠지만, 그래도 3전 전패를 면해 체면치레를 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소토 대신 선발라인업에 오른 트렌트 그리샴. 그리샴은 2-3으로 뒤진 6회말 1사 1,3루서 다저스 선발 타일러 글래스노의 96.8마일 한복판 직구를 끌어당겨 3점포로 연결하며 전세를 뒤집었다. "우리는 소토를 원한다(We want Soto!)"며 그리샴을 흔들던 양키스 팬들은 그가 6회 역전포를 치자 8회 타석에 들어설 땐 "우리는 그리샴을 원한다(We want Grisham)"고 태세전환을 했다.
이번 3연전 최대 하이라이트는 역시 애런 저지와 오타니 쇼헤이의 파워 대결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싱거웠다. 저지의 완승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5월 중순 이후 이어지고 있는 슬럼프 탈출을 노렸지만, 3경기에서 13타수 2안타를 치는데 그쳤다.
반면 저지는 3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11타수 7안타 5타점 4득점 3볼넷을 터뜨리며 '5월의 AL 선수'다운 기세를 이어갔다. 양키스타디움 3연전 셀아웃(sellout)을 이룬 14만4445명의 팬들은 타자로는 저지가 오타니에 한 수 위라는 걸 새삼 확인했을 터.
전날 솔로홈런 2개를 날리며 오타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저지는 이날도 5-4로 앞선 8회 총알같은 솔로포를 추가하며 괴력을 과시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저지는 볼카운트 2B2S에서 다저스 우완 요한 라미레즈의 6구째 79.8마일 몸쪽 스위퍼를 그대로 끌어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발사각 36도, 타구속도 107.6마일, 비거리 434피트짜리 대형 아치였다. 양키스의 승리를 확인하는 시즌 24호 쐐기포였다.
홈런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인 저지는 이 부문 2위 볼티모어 오리올스 거너 헨더슨(20개)과의 격차를 4개로 벌렸다.
이날 3안타를 몰아친 저지는 타율도 올시즌 처음으로 3할대인 0.305(239타수 73안타)로 끌어올렸다. 5월 3일까지 타율 0.197로 부진했던 저지는 그 뒤로 34경기에서 타율 0.419, 18홈런, 41타점을 몰아쳤다.
이날 현재 홈런, 볼넷(55), 출루율(0.436), 장타율(0.703), OPS 1.139, 장타(46), 루타(168) 등 7개 부문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이고, 타점(59)은 2위, 득점(51)은 3위로 뛰어올랐다. WAR도 베이스볼레퍼런스(5.0), 팬그래프스(4.9) 모두 1위를 질주 중이다. 지금 MVP 투표를 한다면 저지가 1위표를 모두 받아야 한다는 의견에 이견은 없다.
비록 리그는 달라졌지만, 오타니는 저지가 보는 앞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날 무안타로 일관하다 8회초 2루타를 날렸지만, 몸쪽 공이 빗맞아 좌측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였다.
오타니는 각종 공격 부문 상위권서 이름이 사라졌다. 3할대 중반을 유지하던 타율은 0.310(258타수 80안타)로 6위로 추락했고, 홈런(15) 공동 8위, 출루율(0.377) 11위, 장타율(0.570) 6위, OPS(0.947) 6위로 선두권에서 멀어졌다. 9일 현재 bWAR(3.0)과 fWAR(2.8)서는 각각 11위, 8위로 밀려났다.
오타니의 부진에 대해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5월 중순 다친 허리와 햄스트링을 이유로 들고 있다. 지난달 17일 신시내티 레즈 투수 브렌트 수터의 견제구에 맞은 왼 햄스트링의 경우 오타니는 "타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타구속도와 하드히트 비율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다른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이후 20경기에서 타율 0.205, 3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파워와 타격감에서 저지가 오타니를 압도하는 형국이다. 올시즌 타구 평균속도서 저지는 96.9마일로 전체 1위, 오타니는 94.8마일로 4위다. 또한 스윙의 속도, 즉 평균 배트스피드는 저지가 76.7마일로 전체 7위, 오타니는 75.2마일로 17위에 랭크돼 있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면 저지는 58홈런, 오타니는 36홈런을 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