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가.
김경문 감독과 함께 잠시 행복했던 한화 이글스가 우울한 주말을 보냈다.
한화는 주말 NC 다이노스와의 홈 3연전을 1무2패로 마감했다. 2연패 후 9일 열린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 기회를 잡았지만, 연장 12회까지 무수한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홈경기이기도 했고, 연패중이었으며, 숱한 찬스를 잡았었기에 비겼어도 진 느낌.
한화는 최원호 감독 자진 사퇴 후 빠른 일처리로 '명장' 김경문 감독을 모셔왔다. 그리고 김 감독이 합류한 첫 3연전인 지난 주중 KT 위즈 원정 시리즈를 스윕하며 기세를 올렸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달라진 선수들의 눈빛, 과감한 용병술들이 결합돼 '한화가 다시 살아나는 거냐'는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전 스승님 앞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듯, NC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김 감독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NC를 이끌었었다.
경기력 측면으로 들어가보면, KT는 불펜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가 타선도 하락 사이클이었던 반면, NC는 긴 침체 후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사이클이기는 했다. 상대팀 전력과 분위기에 따라 한화 경기력도 왔다갔다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한화는 지난달 14일 같은 장소인 홈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같은 상대 NC를 만나 똑같이 12회 무승부를 거둔 기억이 있다. 당시 류현진이 선발로 나서 시즌 한 경기 최다인 110개 공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는데, 타선이 응답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한화는 9회부터 연장 12회까지 매이닝 득점 찬스를 잡았지만, 단 1점도 뽑지 못하는 '변비 야구'로 홈팬들을 답답하게 했었다.
9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역시 '데자뷰'를 보는 듯 9회부터 12회까지 계속해서 주자가 출루하며 찬스를 잡았지만, 1점 뽑기가 그렇게 어려웠다. 특히 연장에 들어가서는 3이닝 연속 상대가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주며 '이기세요' 모드를 발동했다. 10회와 12회는 주자를 2루까지 보냈지만 적시타 하나가 나오지 않았고, 11회에는 무사 1루 4번 노시환이라 강공으로 밀고나갔지만 중견수 플라이에 그쳤다. 문현빈이 도루에 성공하며 희생타 효과가 있었지만, 상대의 채은성 고의4구 전략에 장진혁과 박상언이 아웃되며 허무하게 찬스가 날아갔다.
물론 김 감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다했다. 최선을 다해 주자를 득점권으로 보냈다. 결국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 거기서 안타가 터지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다만 김 감독의 야구가 한화에 녹아드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 김 감독이 한화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선수들 개개인 능력과 특성을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시간이 흐르며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한 후, 적재적소 용병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